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이 어린 시절부터 발병해 오랜 기간 주사 치료를 받아야 했던 소아 청소년 환자들에게 투약 중단 여부를 가늠해볼 구체적인 근거가 국내 연구를 통해 마련됐다. 주사제 사용을 중단한 후 재발률과 재발 위험이 낮은 환자군 등에 대한 데이터가 도출된 것이다.
24일 삼성서울병원 최연호 소아청소년과 교수팀과 강빈 경북대 의과대학 교수팀은 국내 중등도 이상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 63명을 생물학적 주사제(인플릭시맙)로 장기간 치료한 후 투약을 중단해 7년여에 걸쳐 추적 관찰한 결과 전체의 60.3%(38명)에서 크론병의 재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투약 중단 첫 해안에 재발한 환자는 19%에 불과했고 4년 내 62.2%, 6년 내 75.2%로 조사됐다. 연구는 2009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진단 당시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14.9세였다.
연구팀은 투약 중단 후 재발률이 비교적 낮았던 환자군을 파악하기도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주사 치료를 조기에 실시해 장내 궤양이 사라지고 점막 병변이 완전히 치료된 환자들의 경우 6년 내 재발률이 55.5%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절반은 투약을 중단해도 크론병이 재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환자의 인플릭시맙 최저 혈중농도가 2.5μg/mL 이하인 경우 상대적 재발 위험이 7.19배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는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패스트푸드나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등의 서구화된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전체 환자 중 약 25%가 20세 이전 소아청소년이고 약 70%가 40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환자의 발병률이 높다. 크론병의 경우 완치를 가능하게 하는 치료제는 아직 없지만 환자들은 염증 개선에 도움을 주는 생물학적 제제를 정기적으로 투약함으로써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증상 개선이 충분히 이뤄진 후에도 병이 재발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우려가 커 각종 약물 부작용과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쉽게 주사제 투약을 중단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최 교수는 “생물학적 주사제를 언제 끊을 수 있는지를 두고 학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여전히 환자들이 여러 부담을 안고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어떤 환자가 약물을 끊고, 어떤 환자들은 치료를 이어갈지 선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치료의 정확성과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염증성 장 질환 연구의 최고 권위지인 ‘크론병 및 대장염 학회지(Journal of Crohn’s and Coliti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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