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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예적금 확대" 발언에 '강만수 시대' 회귀하나 촉각

유증 어려워지자 자금확보 차원

방카슈랑스 판매도 확대키로

은행 "공격영업땐 시장교란" 우려





산업은행이 정부 유상증자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자금 확보를 위해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사실상 소매금융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2011년 강만수 전 산은 총재(회장)가 부임하면서 드라이브를 걸었다가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이 다시 민간 영역에 들어와 경쟁하겠다는 것이냐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적금을 확대해 수신 기반을 넓힌다는 목표 아래 영업 업무를 독려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에 대한 마케팅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산은에 대한 이미지 광고를 주로 해왔는데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예·적금 등 상품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



그는 올해 5월 출시한 ‘데일리플러스자유적금’이 출시 두 달 만에 7,000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고 설명하면서 “산은이 가계대출을 하지는 않지만 예·적금 수신 기반을 넓혀야 정책수행에 필요한 자금도 확보하고 조달금리도 낮출 수 있다”며 “이를 위한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예·적금 금리는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4.1% 수준이지만 한도가 낮아 당장은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강 전 회장 시절 이후 유명무실해진 산은의 소매금융 기능을 다시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앞으로 고액 예·적금에도 고금리 상품을 내놓으며 시중은행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은행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실제 강 전 회장은 2011년 산은 민영화를 위해 소매금융을 키우겠다며 ‘KDB 다이렉트’ 예·적금을 출시한 뒤 고금리를 앞세워 시중자금을 빨아들인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플러스자유적금은 소액적립 상품이라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고액 예·적금에도 고금리를 주게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DB 다이렉트 상품이 당시 감사원으로부터 역마진 판정을 받아 판매를 중단한 경험이 있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 회장의 수신 기능 강화 발언은 최근 정부의 증자 지원 요청이 거절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정부의) 증자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곳간이 튼튼해야 하는데 정부 재원 문제도 있고 야당 반대도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부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수신 기반 및 기업 거래처 확대 등으로 올해 최대한 많은 당기순이익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 혈세 투입으로 겨우 살아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이 회장은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면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일시 흑자를 냈다고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 기반을 닦았다고 보기 어렵고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면 결국 불행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조선업은 앞으로 2~3년은 더 지켜봐야 하는 업종인 만큼 노조가 이성적으로 판단해 파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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