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등이 줄줄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반도체의 공고한 기술력을 토대로 외풍과 내상을 견뎌낸 삼성전자마저 먼 미래가 아닌 3~5년 내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사업구조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과 반도체·가전 등이 골고루 이익을 내면서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사업구조에 하나하나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장 2·4분기에는 스마트폰의 부진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삼성전자의 분기실적 행진이 7분기 만에 멈췄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실적이 아니다. 지난 23일에는 급기야 슈퍼 호황을 이어가던 반도체 업황이 꺾이는 상황이 현실화했다. 최악의 경우 반도체에 의지한 채 ‘외발자전거 성장’을 이어가던 모습마저 사라질 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줄어들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목줄을 죄는 것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추격자의 위치였던 중국 기업들이 삼성의 진정한 적수가 되고 있다. 기술력과 공급 측면에서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컴퍼니(YMTC)는 연내 32단 낸드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범용제품에서 더 이상 삼성이 우위를 차지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특히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약진에 눌려 중국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도 삼성 휴대폰은 빠르게 길을 잃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중국이 자국 시장에서 담합 혐의로 삼성을 옥죄고 있고 인력 빼가기에 나선 점도 부담”이라며 “휴대폰 시장에서는 진정한 골수 삼성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업 축인 소비자가전의 경우 분기당 영업이익이 3,000억원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영업망이 흔들렸던 중국 시장에서 회복이 늦다는 지적이 많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은 삼성을 갉아먹는 또 다른 요인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의 공고한 성장세까지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꺾일 경우 삼성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린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삼성을 향한 반기업정서가 고조돼 급기야 삼성을 국민 기업화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여당 일부와 시민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 육성이 여전히 뒷전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중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며 “삼성도 당장은 몰라도 생존이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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