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배송’으로 상징되는 물류와 배송은 쿠팡의 성장을 이끈 핵심 엔진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만 2조 6,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수년간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로켓배송 서비스를 지원하는 상품은 올해 안으로 30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로켓배송은 쿠팡을 옥죄고 있다. 로켓배송 상품의 수요 증가로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물류센터 확충에 따른 인건비와 기타 고정비가 함께 늘면서 손실 폭도 커졌다.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조7,000억 원이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2교대 근무 방식 ‘2웨이브’를 도입하려다 쿠팡맨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쿠팡이 최근 들어 다시 로켓배송을 토대로 한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로켓배송이 쿠팡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지만 쿠팡은 오히려 이를 확대하고 있다. 11번가와 위메프, 티몬 등이 손실을 줄이며 흑자전환에 근접하고 있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달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과 관련해 특허청에 ‘로켓프레시’, ‘로켓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의 상표를 각각 등록했다.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 로켓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은 급송택배업 및 온라인주문에 의한 상표배달업 등을 지정상품을 정했다. 세 가지 상표 모두 최근 유통업계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신선식품·가정간편식(HMR)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새벽배송 시장은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성공을 거두자 주요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분야다.
이와 별개로 지난 5월 설립한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관련해서는 택배시장 진출 혹은 로켓배송 서비스의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인 설립 목적은 화물운송업, 물류 시설 운영업, 택배업 등이다. 자회사에서는 쿠팡이 직매입해 판매하는 상품 외 다른 위탁상품까지도 배송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로켓배송 서비스의 중단을 둘러싸고 지난 3년간 이어져 온 택배업계와의 소송전도 얼마 전 택배업체들이 소를 취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규제를 피하고자 쿠팡맨 인력을 자회사로 이동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쿠팡은 또 특허청에 ‘로켓설치’ 상표권과 브랜드 시안도 출원했다. 쿠팡이 각 제조사에서 직매입한 에어컨·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을 고객이 주문하면, 제조사와 협의한 전문인력이 직접 방문해 제품 설치까지 완료해주는 서비스다. 최근 ‘전문 설치’라는 이름으로 가전양판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물류센터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올 초 충남 천안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연 데 이어 경기 여주시에도 물류센터를 매입했다. 인천에는 신선식품 물류 시설을 임대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런 적극적 행보를 불가피한 것으로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투자 방향은 특가 마케팅, 여행상품 확대 등 일반적 이커머스 업계가 적자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과 방향성이 다르다 본다”며 “적자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 유치 등을 위해서는 외형을 더 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이 추가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매출을 늘리고 새벽배송과 같은 새로운 사업을 계속해서 늘려가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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