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일렉트릭이 미국 시장용 제품의 생산거점을 현지로 옮기기로 했다. 무역보복이 계속되면서 철강에 이어 변압기 제조업체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변압기 보복관세 관련 공청회에서 현대중공업 계열의 현대일렉트릭 미국법인 관계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생산물량을 늘리는 대신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에 판매하는 물량은 현지법인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확고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미국 변압기 업체들이 당국에 한국산 제품이 밀려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보복관세를 촉구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올 초 현대일렉트릭 등이 만드는 한국산 변압기에 61%에 달하는 고율의 보복관세를 매긴 상태이며 현대일렉트릭은 미국의 추가 보호무역 공세를 피하기 위해 서둘러 생산거점 이전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4월 미국 공장 증설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내 공장 생산감축 계획은 없었지만 이번 발언으로 미뤄 미국 수출물량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미 현지생산 확대계획을 이전부터 고려해왔다”면서도 “무역분쟁으로 최근 들어 속도를 내는 추세”라고 말했다.
무역제재에 막힌 파이프(강관) 제조업체들도 ‘탈한국’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올해 초 76%의 보복관세를 맞은 유정용 강관업체 넥스틸은 올해 안에 미국으로 공장을 옮길 예정이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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