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59)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주 전 사장이 CIO가 된다면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나치게 급진적인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 전 사장은 최근 국민연금 CIO 재공모에 지원해 임원추천위원회가 선정한 13명의 면접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임원추천위원회는 3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 대상자를 추렸다. 특히 주 전 사장은 서류심사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 전 사장이 서류심사 초반에는 20등으로 평가됐는데 최종 5등으로 통과했다”며 “서류심사에서 평판 체크 등 여러 과정이 진행된다고 하지만 순위가 급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청와대의 입김에 CIO 후보에서 낙마한 후 재공모 서류심사에는 주 전 사장을 포함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 부문장(사장), 정재호 전 새마을금고 CIO, 채규성 BNY멜론은행 서울지점 대표(전무) 등이 13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 전 사장은 국민연금 CIO 공모 여부를 문의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주 전 사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한화투자증권 사장을 역임하며 각종 개혁정책으로 이목을 끌었다. 증권사들이 잘 내지 않는 매도·중립 리포트 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하고 매매실적에 근거한 개인 성과급제도 등을 폐지해 증권가의 ‘돈키호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6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 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을 역임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1차 청문회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는 발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주 전 사장은 민주당에서 일한 경력 덕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주 전 사장이 국민연금 CIO가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실제로 CIO에 오르게 되면 평소 지론을 고려할 때 기금운용본부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기금운용위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보건복지부가 권한을 놓지 않으면서 책임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를 통해 대한항공 같은 개별 회사에 개입할 것을 지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도 정부기관인 만큼 내년 예산이 이미 다 잡혀 있어 CIO 임기 2년 동안 큰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도 “주 전 사장이 CIO가 된다면 파격적인 인사인 만큼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도원·박호현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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