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투자·고용 대책을 보면 삼성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드러난다. 당장 올해부터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삼성맨’을 예년 대비 최대 2만명 더 뽑기로 했고 일반인 1만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나선다. 모두 일자리 기근에 단비가 돼줄 수 있는 것들이다. 삼성은 투자에 따른 직간접 고용 효과가 3년간 70만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삼성의 한 임원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대책을 꾸렸다”며 “삼성의 혁신 역량을 총동원한 만큼 우리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대책 발표 즉시 취업준비생들의 문의가 삼성에 빗발쳤을 정도다. 재계의 한 고위임원은 “삼성이 무려 180조원을 투자하는 만큼 우리 사회에 임팩트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대책이 꽉 막힌 일자리 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일자리 정부에 화답…130조원 투자로 70만명 고용유발=냉정히 봤을 때 3년간 180조원의 투자를 이례적 수준으로 볼 수는 없다. ‘매머드’ 기업으로서 삼성은 해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40조~50조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 투자 50조원을 빼면 순수 국내 투자는 130조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이번 대책이 반가운 것은 투자의 씨가 마를 만큼 경제 여건이 악화된 시점에 나왔다는 데 있다.
특히 투자의 궁극적 지향점으로서 고용대책이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4만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통상 3년간 2만~2만5,000명을 뽑았음을 감안하면 최대 2만명을 더 선발하는 셈이다. 설비 자동화, 경기 침체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감소하는 판에 삼성의 채용 확대는 취업준비생에게 복음과도 같다. 삼성이 올 상반기에 4,000여명을 뽑은 만큼 추가 고용 규모는 3만6,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충원으로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시행으로 심해지고 있는 부족한 일손을 보충하는 효과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은 국내에서 130조원 투자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고용 유발 40만명 △생산에 따른 고용 유발 30만명 등을 예상했다. 직접 고용뿐 아니라 협력업체 고용, 투자에 따른 건설 경기 부양 등에 따른 간접적·부수적 효과가 최대 70만명은 된다는 얘기다.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1만명 지원, 산학협력도 연간 1,000억원=삼성이 이번 대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대책의 ‘지속가능성’과 ‘진정성’이다. 잘할 수 있어야 제대로 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는 만큼 그런 대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간 재계에서 흘러나왔던 군산·거제 지원, 상품권 뿌리기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이 대책에서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치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삼성의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한 청년 취업 및 창업 지원은 이번 일자리 대책의 백미다. 삼성은 전국 4~5곳에 교육장을 마련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단 첫해는 1,000명에서 시작해 5년간 1만명이 수혜를 보게 된다. 삼성 측은 “교육 이수생을 대상으로 취업과 창업을 도울 것”이라며 “코딩 교육 등 사회적 수요가 많은 커리큘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생 중 성적 우수자에게는 삼성 관계사의 해외 연구소 실습 기회를 주고 일부는 채용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은 산학협력 규모도 연간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400억원에 불과했다. 대학과 연구개발(R&D) 프로젝트 확대로 창업 생태계를 더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개방·공유·성과 강조한 JY=이번 대책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인프라를 활용한 대책, 효과가 검증된 프로그램 중심의 대책, 창업 생태계 조성 지원 등을 통해 개방과 공유, 성과를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으로 삼성과 중소기업·청년이 윈윈(win-win)할 수 있고 국가 경제의 지속성장에도 기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경제단체의 한 임원은 “우여곡절이 많았던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여론을 우호적으로 돌리기 위해 애쓴 것 같다”며 “청년과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대책이 많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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