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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책에 이익급감... 벼랑끝 몰리는 금융사

당국, 보험료.수수료 잇단 개입

손보 적자. 카드 순익은 38% 감소

경영위축에 대규모 감원 우려도

"시장가격 개입은 최소화해야"





당국이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시장에 손을 댔지만 그 결과는 금융회사의 실적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단선적이고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적인 정책이 또 다른 역작용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손보사의 보험료 인하를 압박하며 손보사들이 줄줄이 보험료를 인하했지만 올 들어 폭염 등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상반기 11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은 1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AXA손해보험 등 4개사가 흑자, 나머지 7개사는 적자다. 당장 실적이 준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나섰고 금융감독원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면서 충돌이 예상된다.

매년 자동차보험료를 놓고 보험사와 금감원 간 충돌이 되풀이되는 것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가격 결정을 당국이 무리하게 개입하려고 나서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가입자가 2,200만명에 달해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를 줄이면 그만큼 ‘생색’을 낼 수 있어 쉽사리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더구나 금융사의 이익을 줄여 고객의 이익으로 환원하려는 현 정부 철학에도 부합해 금융당국은 보이지 않게 매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압박해왔다. 그러나 강설·한파나 폭염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급증하면 보험료를 인하한 보험사들의 실적이 축소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당장 인상 주장을 하고 나서는 게 공식처럼 돼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으면서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인하 요인도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겉으로는 보험료는 시장에 맡겨 결정하도록 하면서도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금감원도 이날 상반기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실적을 공개하며 “보험료 (인상) 조정은 다소 제한적”이라며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수익이 지난해 상반기 1,936억원 흑자에서 올해 134억원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인상을 자제하라는 ‘구두 경고’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부글부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눈치 때문에 올해 보험료를 동결할 경우 내년에는 더 큰 상승이 불가피해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수입차 등 대물보상제도가 개선되면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내렸으나 이후 제도개선 효과의 ‘약발’이 떨어지며 다시 손해율이 오르고 있다”면서 “올해 정비료 상승, 자동차 사고 증가, 입원 보험료 범위 확대 등 인상 요인을 고려하면 보험료를 적어도 5% 이상 올려야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압박으로 보험료를 내렸는데 적자폭이 예상보다 커져 인상 여지가 있음에도 이를 자제하라니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보험료 인하 등) 당국이 시장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보험사들이 사업비 등을 절감한 후 그래도 부족하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전체 보험에서 많은 이익을 내는데 (자동차보험 등 특정) 부문에서 소폭 적자가 났다고 보험료 인상을 얘기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회적이지만 보험사들이 탐욕을 부린다는 불만을 내비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잇따라 인하하면서 카드사들도 생존위기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자영업자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즉흥적이고 포퓰리즘 식의 대응이 역작용을 부른 것이다. 실제 8개 카드사의 최근 4년간 이익은 1조원 가까이 줄었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은행계 4개 카드사만 놓고 봐도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69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38% 급감했다. 위기감을 느낀 카드사 노조는 친노조 성향의 정부에 맞서 “추가 수수료 인하는 안 된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 금융사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위축과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수의 공급자(금융사)가 손해를 감내하면 다수의 수요자가 좋아질 것이라는 게 현 정부의 시각 같다”며 “그러나 소수의 공급자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서비스의 질은 악화되고 그 피해는 다시 고스란히 다수의 수요자에게 전해진다”고 지적했다.
/서일범·김민정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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