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LG전자 세탁기 공장 착공식. 이날 착공식은 마치 미국 정관계 거물들의 사교장 같았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각의 주요 인사뿐 아니라 밥 코커 테네시주 상원의원, 마샤 블랙번 테네시주 하원의원, 밥 롤페 테네시주 상공부장관 등 테네시주 거물들이 하나같이 집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르면 올 3·4분기 가동에 들어가는 내슈빌 세탁기 공장에서 고용하는 인원은 600명에 불과하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결코 많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세탁기 공장 외에 LG전자가 미국 알라바마주 헌츠빌에서 만들고 있는 태양광패널공장은 100명,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자동차부품공장은 300명 정도의 일자리가 나온다. 세 공장을 합쳐봐야 1,000명에 그친다. 올 초부터 돌아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가전 공장도 최대 가동이 된다 해도 최대 고용 인원은 1,000명 정도다. 그럼에도 기업이 그것도 해외 기업이 자기 나라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착공식이나 준공식 때는 해당 주와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열 일 제쳐 두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미국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나라가 기업과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분히 왜곡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반기업 정서, 경기 침체 속에 기업들이 어렵사리 만든 대책을 평가절하하는 시선이 여전한 탓이다. ‘오는 2020년까지 예년보다 최대 2만명 많은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지난 8일 발표된 삼성의 대책을 두고서도 일부에서는 “삼성이 정부에 바이오 규제 완화 등 많은 요구를 한데 비해 고작 고용 규모가 이 정도냐”는 식의 평가도 나왔다. 보기에 따라서는 ‘비판을 위한 비판’, ‘악의에 찬 비판’에 가깝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냉정히 말해 반도체 말고는 잘 나가는 사업이 거의 없고 인공지능(AI)·전장·바이오 등 미래 사업도 이제 시장 초기 단계인 상황에서 삼성이 이 정도의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진영 논리에 따라 기업이라고 하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미국의 경우 각주마다 공장 유치를 위해 세제 감면은 물론 전력과 용수 혜택도 덤으로 주는 등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낸다”며 “이런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기업에 주는 것도 없이 미워하는 심리가 만연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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