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고’가 될 겁니다. 잘만 되면 창업 활성화를 돕고, 고용에서도 성과가 날 수 있으니까요”
11일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사외 벤처 지원 프로그램인 ‘C랩(Lab) 아웃사이드’에 대한 기대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삼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청년 창업 희망자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면 벤처도 만들고 사람도 고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접 고용은 아니지만 우회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삼성이 지난 8일 발표한 투자·고용 대책에서 유독 강조하는 포인트는 바로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대책을 집중했다는 점이다. C랩 아웃사이드는 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C랩은 삼성이 운영하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오디션과 비슷한 ‘사내 기술 경연’을 통해 선발된 팀들은 1년간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창업 지원도 받는다. 잘 되면 삼성을 떠나 벤처로 독립할 수 있고 실패하면 원래 근무하던 자리로 돌아간다. ‘맘껏 해봐, 1년간 모든 것을 유예 시켜 주겠다’는 컨셉트다.
C랩 아웃사이드는 C랩을 외부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5년간 300개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는 목표다. 지원 대상이나 과제당 지원액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원대상은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희망자로 한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 신분의 대학교수나 이미 벤처를 운영 중인 기업인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는 얘기다. 지원도 대출이나 투자 형태가 아닌 무상이라, 예비 창업가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전국에 있는 창조경제센터 등을 사무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C랩에서 쌓아온 삼성의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조직 밖에서 시연하겠다는 것”이라며 “삼성으로서는 스타트업 활성화를 꾀하고 한편으로는 혁신 에너지를 내부로 수혈하는 효과도 노릴만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미래기술육성사업과 산학협력 사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의 경우 따로 재단을 만들어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1조 5,000억 지원에 나선 상태다. 이미 올 7월까지 5,400억원을 물리·수학 등 기초 과학 연구에 집행했다. 앞으로 1조원 가량을 대학 연구 프로젝트 등에 투입하게 된다. 과학 발전 차원에서 순수하게 지원하는 것도 있지만, 삼성이 실리적으로 취득하는 기술도 있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 운영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산학협력은 연간 400억원이던 규모를 1,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잘나가는 반도체도 교수와 전공학생이 감소하는 추세아니냐”며 “삼성이 산업 인프라를 강화하는 대책을 많이 준비했다”고 평가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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