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만 23개인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도 ‘골프황제’를 응원하러 갔다. 13일(한국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CC(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의 최종 4라운드. 타이거 우즈(43·미국) 조를 둘러싼 10겹 이상의 응원 부대 중 맨 앞줄에서 관전한 펠프스는 “우즈 경기를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인데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경했다는 사실에 축복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갤러리 대부분이 펠프스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즈를 향한 환호성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정점을 찍은 뒤 그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사라질 때까지 작아지지 않았다. 6m 버디로 특유의 ‘주먹 지르기’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대회를 마무리한 우즈는 마치 아이돌 콘서트장의 주인공처럼 열광하는 팬들을 향해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홀아웃 뒤 이동 경로가 마침 2층 구조라 사람들이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우즈의 표정은 더 풍부해졌다.
우즈는 더스틴 존슨(미국), 저스틴 토머스(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 등 톱랭커들을 모두 넘었다. 못 넘은 것은 장타자 브룩스 켑카(미국) 한 명이었다. 이날 버디 8개(보기 2개)를 뽑아낸 우즈는 메이저대회 출전 사상 최종 라운드 최소타인 6언더파 64타를 적었다. 전·후반에 똑같이 버디 4개와 보기 1개씩을 작성했다. 선두에 4타 뒤진 6위로 출발했는데 4계단 오른 최종 14언더파 단독 2위로 마감했다. 우승자 켑카에게 2타가 모자랐다.
메이저 준우승은 지난 2009년 이 대회에서 양용은에게 역전패한 뒤 9년 만이다. 2008년 US 오픈이 마지막 메이저 우승(14번째)이었으니 9년 만에 메이저 무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4번째 허리 수술을 딛고 올 시즌 복귀한 40대 중반이라는 사실은 우즈의 이날 성적표를 더 돋보이게 한다. 준우승은 3월 발스파 챔피언십에 이어 복귀 후 최고 성적이다. 비메이저와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씩 준우승했으니 이제 정말 우승만 남았다. 베팅사이트들은 내년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에서 우즈가 우승할 확률을 조던 스피스(미국) 바로 다음인 두 번째로 점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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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직전 메이저인 지난달 브리티시 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4타 뒤진 6위였다. 마지막 날 71타에 그쳐 결과는 그대로 6위. 이번에는 스윙 스피드가 시즌 초보다 6마일이나 줄고 부상 재발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마저 보란 듯이 날려버렸다. 우즈는 이날 퍼트 수가 단 23개에 불과했다. 드라이버 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35.7%(5/14)에 그쳤고 전반 9홀은 아예 0%였는데도 어프로치 샷과 퍼트의 정교함을 앞세운 노련미로 타수를 줄여갔다. 15번홀(파4) 164야드 거리에서 9번 아이언으로 핀 20㎝에 붙인 뒤 7번째 버디를 잡을 때만 해도 선두와 불과 1타 차였다. 우승 기회는 이글도 가능한 17번홀(파5)에서 날아가 더 아쉬웠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렸고 3번째 샷도 벙커에 빠져 겨우 파를 지켰다. 이 사이 선두와 격차는 3타로 벌어졌다. 마지막 홀에서 먼 거리 버디를 넣어 공동이 아닌 단독 2위로 마감할 수 있었다. 퍼트가 홀을 훑고 지나간 1번홀, 먼 거리 버디 퍼트가 홀에 거의 걸친 뒤 움직이지 않은 11번홀이 두고두고 아쉬울 만했다.
우즈는 “드라이버 샷이 종일 좋지 않았다. 심지어 샌드웨지도 말을 듣지 않았는데 그나마 퍼트가 좋았다”고 했다. 이날 우즈의 경기력은 복귀 첫 우승이 곧 터질 것 같은 기대감을 준 동시에 샷 감각의 일관성을 찾지 못하면 우승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동시에 확인시켰다. 우즈는 마치 우승자 같은 대우를 해준 갤러리들에게 “한 주 내내 코스를 뒤덮고 열정과 응원을 보여준 팬들에게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세계랭킹 51위에서 26위로 훌쩍 올라선 우즈는 “라이더컵에 선수로 출전하고 싶다”고 당당히 밝혔다. 포인트로 정하는 8명은 이날로 확정됐고 와일드카드(단장 추천선수) 4명은 다음 달까지 뽑는다. 오는 23일 노던 트러스트 오픈으로 대회 일정을 재개하는 우즈는 와일드카드를 노리며 이번 대회 준우승 덕에 선발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은 오는 9월28일 프랑스에서 개막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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