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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한무경 여경협 회장 "세발자전거 잘 달리도록...여성기업 육성해 균형 맞춰야"

女 CEO 불모지서 쓴 성공신화

쌍용중공업 자동차 부품사 인수

안정적 수익·사업 다각화 위해

美 3대 트럭회사 나비스타에 수출

매출 60억 회사 7,000억대로 키워

여성기업 성장 도우미로

TV홈쇼핑 입점·수출지원 추진

판로개척 도와...16곳 매출 18억

일반법으론 男기업과 격차 못줄여

여성기업 위한 특별법 제정 고려를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송은석기자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송은석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던 지난 1998년. 대학 강사로 활동하던 한무경(60·사진) 효림그룹 회장은 쌍용중공업의 자동차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IMF 사태가 진정되면 자동차를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과감한 선택이었다. 막상 회사를 인수했지만 문헌정보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학 강사로만 활동해 자동차 부품이라는 산업 자체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회사를 경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기계용어집을 구해 생소한 용어부터 익히는 방식으로 접근했고 여성 대표를 달갑게 여기지 않던 공장 식구들을 하나둘씩 설득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2000년대 들어 자동차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회사는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 인수 당시 매출이 60억원대에 불과했던 효림산업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사업군을 다각화했고 현재 효림정공과 효림에코플라즈마 등 5개 계열사를 둔 연 매출 7,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 안정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해외 수출이었다. 그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3대 트럭 메이커인 나비스타와 꾸준히 접촉했고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최우수 거래기업에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서플라이어상’까지 받았다.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불모지로 일컬어졌던 자동차 부품 시장에 뛰어들어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한 회장은 “여성기업인이 남성기업인과 비교할 때 결코 약자는 아니지만 출발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약자로 인식하는 것”이라며 “이력이라는 것은 사업에서 중요한 포인트인데 남성기업인은 더 많은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출발점이 다른 여성기업인은 이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성기업인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로 소개되던 한 회장은 2016년부터는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직을 맡으며 여성기업인을 위해 힘쓰고 있다. 오는 12월 말 3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한 회장은 임기 중 가장 대표적인 성과로 여성기업을 위한 판로개척을 꼽았다.

한 회장은 “여성기업인들에게 경영상 애로 사항을 물어보면 응답기업 10곳 중 4곳(39.6%)이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TV 홈쇼핑 입점 지원사업과 수출사업을 추진했으며 1년여 만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경협이 지난해 처음으로 추진한 TV 홈쇼핑 입점 지원사업은 입점지원 교육부터 업체의 특성에 맞는 전문 컨설팅, 상품품평회, 영상제작, 입점수수료 등을 지원해 여성기업이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6개 여성기업이 총매출 18억4,000만원을 달성하며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고 올 들어 8월 현재 10개 업체가 선정돼 5개 업체의 상품이 전파를 타고 있다. 사업이 안착하자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부터 ‘여성기업 제품 홈쇼핑 특별방송’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경협이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수출사업 역시 해외 판로개척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체 수출기업 중 여성기업의 비중은 6.5%(2015년 기준)였으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1.1%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수출 초기의 여성기업을 위해 여경협은 수출전문가 1대1 맞춤형 컨설팅, 해외지사화 지원 등을 통해 첫 수출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15개 업체를 선정해 6개 업체가 수출에 성공했으며 올해는 20개 업체(7월 말 현재)를 선정해 수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 회장은 여성기업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추진했던 ‘여움’과 ‘서로사랑네트워크’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여움’은 품질은 우수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여성기업을 알리기 위해 만든 공동 인증 브랜드로 ‘여성의 꿈이 움트다, 여성기업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돼 1기 73개, 2기 28개 등 약 100여개 업체를 선정했으며 이들의 제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여움몰·여움홍보관을 운영하는 한편 대형 유통망과의 원활한 교류에 힘쓰고 있다. 한 회장은 “여움 제품은 홈쇼핑 MD 등 전문가의 품평을 거쳐 선별된 제품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며 “현재 식품에서부터 유아용품 등 다양한 제품이 홈쇼핑에 입점했으며 오프라인에서도 판매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경협 회원사 간 제품 및 서비스를 거래하는 온라인쇼핑 플랫폼 ‘서로사랑네트워크’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날에 특별 판촉전을 실시해 1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성기업인으로서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페미니즘에 대한 견해도 내비쳤다. 페미니즘의 핵심은 여성 우대가 아닌 양성평등인 만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양성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 회장은 “과거에 여성들은 각종 관념이나 차별을 종용하는 사회제도에 억압받았고 아직 사회 전반에 유리 천장이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가 매우 높아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의 노동 시장에서 성차별을 해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기업이 처한 상황을 세발자전거에 비유하며 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아이들이 두발자전거에 앞서 ‘세발자전거’를 통해 자전거 타는 법을 익히는데 핵심은 앞바퀴와 뒷바퀴는 물론 두 개의 뒷바퀴도 크기가 같아야 균형을 이루며 앞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앞바퀴가 중기부라면 2개의 뒷바퀴는 여성기업과 남성기업이다. 세발자전거가 제대로 달려나가려면 두 개의 뒷바퀴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애석하게도 지금은 남성기업의 바퀴에 비해 여성기업의 바퀴가 작은 만큼 두 바퀴가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여성기업 육성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대 변화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한 만큼 여경협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의 강점인 감성·섬세함·배려 등의 소프트한 기술이 필요한데 최근 들어 여성기업의 특정업종 편중이 점차 완화되고 지식서비스 업종이 증가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여성기업이 생겨나도록 기술 창업과 역량 강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여성기업 전반의 사례수집과 통계조사를 통해 여성기업인 관련 정책과 규제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을 특별법 형태로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난달에 개최한 ‘여성 창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방안’ 세미나에서 기존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을 ‘여성기업활동을 위한 특별조치법’ 형태로 특별법으로 제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현재의 일반법 형태로는 여성기업의 활성화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는 있지만 남녀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에 상당히 부족한 만큼 특별법 제정을 통해 여성기업을 남성기업 수준으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대해서는 여성기업인들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 회장은 “소상공인이 90%를 차지하는 여성기업에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라며 “협회에 소속된 기업은 중견기업부터 영세기업까지 다양하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다며 걱정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17 여성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기업은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대응책으로 ‘신규 채용 축소’가 37.6%, ‘고용인원 감축’이 16.9%로 응답했다. 한 회장은 “여성기업의 경우 미용업이나 식당 등 인력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달 중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실태 조사를 벌여 정부 측에 대응 방안과 보안책 마련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한무경 회장은…

△1958년 대구 △1974년 경북여고 △1977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1981년 이화여대 문헌정보학 석사 △1993년 이화여대 문헌정보학 박사 △1998년 효림산업 창업 △2016년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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