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추석 물가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신선식품과 과일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8월 중순을 고비로 채소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가격 인상이 주춤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대형 마트 A사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주요 신선식품의 가격을 2주 전과 비교해봤을 때 배추는 33.6%, 양배추는 56.5%, 시금치는 131.2%, 수박은 50.6%나 가격이 올랐다. A 대형 마트 바이어는 “현재 3,880원 안팎인 양배추 한 통 가격이 이번 주에는 5,000원대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배추와 무는 지난해와 견주면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보통 말복 기준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하는데 떨어질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과 올 연초 들썩였던 가공식품 물가도 오르고 있다. 하반기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원재료 값 상승 등으로 인해 추가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우선 롯데리아는 원유 가격이 ℓ당 4원 인상됨에 따라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가격을 16일부터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올렸다. 11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아이스크림 제품인 토네이도 가격도 초코와 녹차는 2,000원에서 2,200원(10% 인상), 딸기맛은 2,200원에서 2,300원(4.5%)으로 인상했다. 유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도 16일부터 흰우유 가격을 1ℓ당 3.6% 인상했다.
생수 가격도 오른다. 삼다수가 7년 만에 지난 1일부터 용량별 출고가를 6~10% 인상했다. 출고가 인상은 9월부터 반영된다. 대형 마트 기준으로 ℓ당 40원 오른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원도 ‘리챔’의 가격을 최근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렸고, 롯데칠성음료도 장수 음료 브랜드 ‘쌕쌕’을 코코넛젤리 음료로 전면 리뉴얼 하면서 기존 7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했다.
롯데제과는 7월 12일부터 편의점에 납품하는 빵 7종의 가격을 최대 1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복분자주 점유율 1위 ‘보해 복분자주’는 오는 22일부터 출고가를 10% 올리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선 원유값 인상으로 유제품과 우유를 원재료로 쓰는 식품 가격의 연쇄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우유와 롯데리아 등이 관련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동종 업계를 비롯해 기타 유제품과 빵, 과자, 커피, 분유 등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고온에 취약한 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4월물 선물 가격은 3년 만의 최고치인 5,000부셸(1부셸=27.2㎏)을 기록했다. 이는 올 초에 비해 약 30%나 치솟은 가격이다. 국제 밀 시세가 국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3~6개월의 시차가 있다. 수입산 밀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시장은 결국 국제 시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라면이나 과자, 빵 같은 서민 간식들이 밀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다. /박윤선·변수연·허세민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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