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최근 성추행 논란 의혹에 휩싸인 간부직원에 대해 내부조사는 물론 즉시 직무해제(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미투(me too)운동 확산뿐 아니라 행 내 성추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인사를 통해 강남지역 A본부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고 B본부장을 신규 발령했다. 지난 연말 인사 후 8개월 만에 본부장을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배경에는 A본부장이 최근 영업지점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인 모 지점장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행장은 불미스러운 성추행 의혹 사실을 보고받고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본부는 상반기 자산관리(WM)그룹의 신규 수수료 수익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월등한 실적을 낸 곳이다. 특히 해당 권역은 영업경쟁이 치열한 손꼽히는 격전지로 은행 내 핵심 인력이 전진배치되는 곳이다.
하지만 손 행장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내부조사를 지시한 뒤 해당 본부장에 대해 즉각 대기발령을 내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성추행 등과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손 행장은 취임 직후에도 능력 중심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승진인사, 실력 있는 직원을 우대하는 공정한 인사이동, 역동적인 조직을 위한 젊은 인력 전진배치, 신상필벌이 명확한 인사원칙 준수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손 행장은 이번 성추행 의혹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취임 때 밝힌 인사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재발 방지를 위한 필벌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손 행장의 이 같은 원칙경영에 대해 경영진과 늘 대척점에 있는 노조도 “지주전환 이후 손 행장이 (지주) 회장을 겸임해야 한다”며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를 거부하고 손 행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등 좀체 보기 드문 일이 생기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