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적금 가운데 고민하던 직장인 이모(34)씨는 A은행의 애플리케이션 내 채팅 창에서 ‘적금 금리 높은 상품을 알려줘’라는 질문을 했다. 즉시 채팅 창에서 연 금리 3%대의 상품을 추천받았고 이씨는 큰 고민 없이 단번에 가입상품을 결정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잇따라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을 도입하면서 ‘나만의 AI 금융비서’가 확산되고 있다. 카드 추천은 물론 적금 가입이나 공과금·보험료 납부 서비스 등을 상담사 없이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롯데카드 ‘로카’·웰컴저축은행 ‘웰컴봇’ 등
상담원 대신해 상품추천·보험료 납부 척척
대출 심사·상권분석 전문분야도 호시탐탐
◇카드사부터 저축은행까지 금융권 챗봇 도입 ‘총력’=챗봇 서비스는 은행 및 카드사가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며 저축은행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챗봇은 채팅(chatting)과 로봇(robot)을 결합한 단어로 빅데이터 및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질문이나 요구에 자동 응답하는 서비스다. 신용카드사 8곳 중 현대·롯데카드 등 3곳이 챗봇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은 챗봇으로 카드 신청 및 발급은 물론 고객별 카드 추천, 결제금액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롯데카드의 챗봇 서비스 ‘로카’는 고객의 질문이 명확하지 않으면 역으로 어떤 질문이 맞는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리스트를 주는 대화 방식을 채택해 편리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다.
보험 업계도 개인화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챗봇을 도입했다. AIA생명의 챗봇은 계약 조회나 보험료 납부는 물론 중도보험금 조회 및 지급도 지원한다. 또한 웹사이트와 모바일 메신저 등 두 가지 채널로 챗봇을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 AI 기반으로 개발된 삼성생명의 챗봇 서비스 ‘따봇’은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가며 고객을 응대한다. 흥국화재도 상품 소개나 대출 등 고객 문의에 답해주는 채팅 로봇 ‘흥미봇’을 내놓았다.
시중은행은 일찍이 챗봇 서비스 도입에 앞장서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의 챗봇 서비스 ‘위비톡’은 앱 다운로드 수가 500만건에 달할 정도로 실사용 빈도가 높다. 하나은행의 ‘하이뱅킹’은 문자메시지 대화만으로도 간편하게 적금을 가입할 수 있다. 은행권은 기존에 선보인 챗봇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디지털본부에서 올해 추진할 6대 과제 중 하나가 챗봇으로, 현재 ‘챗봇 페르소나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기반 챗봇인 ‘쏠메이트’에 인격을 입히는 것으로 나이·성별 등 고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답변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출 심사와 상권 분석 등 활용도 다양해져=AI 비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대다수 금융회사들도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대출상품 심사다. 국내 대다수 금융회사들은 여신거래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OK저축은행은 올해 초 AI를 활용한 머신러닝 모형을 대출상품 심사에 도입했다. 일부 대출상품에 시범 적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든 여신거래 상품에 이 모형을 적용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머신러닝 모형을 적용하면 금융회사들은 고객을 ‘다면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연간 소득이나 직장 등을 보고 대출한도와 금리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연체정보와 카드 결제내역 등을 두루 따져 대출 여부를 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은 부실 리스크를 덜어낼 수 있고 고객은 그만큼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카드 업계는 AI를 활용해 상권을 분석하고 이를 가맹점주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를 앞다퉈 실시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9월부터 ‘링크 비즈파트너’ 서비스를 통해 가맹점주가 고객에게 제공할 혜택을 전용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이 혜택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전달하는 맞춤형 마케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가맹점주가 커피 할인행사를 실시하면 평소 커피 구매가 많은 고객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식이다. 신한카드도 마케팅 플랫폼인 ‘마이샵’을 최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가맹점주들에게 주변 상권 유형을 분석해 알려주는가 하면 가맹점 신설 및 폐업 현황도 제공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들은 누적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이 선호할 만한 ‘맛집’ 등을 추천받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BC카드도 중소형가맹점에 특화된 마케팅 플랫폼 ‘마이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혜택을 ‘마이태그’에 등록하면, BC카드가 3,800만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알고리즘화하여 해당 가맹점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 혜택을 추천해준다. ‘마이태그’를 통해 중소형가맹점도 대형가맹점처럼 효과적인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다.
최근 보험시장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모호한 약관과 이에 따른 소비자 분쟁도 AI가 해결사로 나섰다. 보험개발원은 보험 약관의 오류를 잡아내는 AI 시스템 구축작업에 착수해 연내 실제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보험사가 상품을 만들면서 약관을 보험개발원에 미리 보내면 AI가 부적절한 문구나 애매모호한 표현을 교정해주는 식이다.
/김기혁·서일범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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