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AI) 기술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면서 우리와 기술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가 간 AI 기술 격차가 오는 2030년에는 23%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AI 국가 준비도’는 글로벌 평균 수준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가 5일 발표한 ‘AI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을 AI 국가 준비도 면에서 가장 뛰어난 그룹으로 분류했다. 연구소가 각 국가의 AI 도입 준비 수준을 △AI 투자 △AI 리서치 활동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 △혁신기반 △인적자원 △노동-시장 구조 등 8개 척도로 평가한 결과 중국은 AI 투자, AI 리서치 활동, 연결성에서 세계 평균보다 높았고 미국은 노동-시장 구조를 제외한 7개 지표에서 세계 평균보다 우수했다. 반면 한국은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 향상, 혁신기반 지표에서만 세계 평균보다 우위에 있었을 뿐 나머지 지표에서 평균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미국·중국과 한국의 AI 기술 관련 투자 규모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국과 미국은 AI 연구개발에 국내총생산(GDP)의 약 2~3%를 투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같은 해 중국이 4,640억달러(약 520조원)를, 미국이 4,120억달러(약 461조6,000억원)를 AI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발족한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2022년까지 AI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20억달러, 약 2조2,000억원)의 200배가 넘는 규모다.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중국은 미국을 바짝 추격 중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기관인 씨비인사이트(CB Insights)는 전 세계의 AI 기술 관련 거래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77%에서 2017년 50% 미만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AI 기술에 있어 미국의 절대 우위가 붕괴한 것이다. 또 2017년 전 세계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약 152억달러 중 48%가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면 미국 기업 대상 투자는 38%에 불과했다.
문제는 국가 간 AI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연구소는 2023년에 AI 준비성이 높은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약 11%포인트 높은 도입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격차는 2030년에는 약 23%포인트까지 확대된다. 경제적 이익 면에서도 AI에 혁신적인 국가는 10%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는 1~5%의 효과를 얻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 GDP에 13조달러를 기여한 결과 글로벌 GDP가 같은 기간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국가는 다양한 정책을 활용해 AI 도입의 속도를 촉진하거나 늦출 수 있다”며 “AI를 늦게 받아들이는 국가는 세계 경쟁력을 잃고 생산성 감소,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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