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업계는 부가가치 10억원을 창출하기 위해 제조업 평균인 5.9명보다 두 배 많은 10.1명의 종사자가 필요할 정도로 노동집약도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섬유업계에 특히 큰 타격을 입힌 이유다. 그러나 오히려 현장 인력에게 주 40시간 근로를 적용하고, 하루에 40분씩 휴식시간까지 주면서 업계에서 불거져 나오는 우려를 불식시킨 업체가 있다. 스포츠웨어 전문 업체 애플라인드 얘기다.
김윤수(59·사진) 애플라인드 대표는 6일 강원도 원주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오히려 이를 타파할 방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서도 직원들이 장시간 근로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지난 2007년 설립한 애플라인드는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로 국내외 양궁·빙상·체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경기복을 공급하며 유명세를 탔다. 매출은 2015년 93억6,792만원에서 2017년 114억7,005만원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매출 목표는 300억원. 성공의 배경엔 1986년 남강어패럴에 입사한 이후 32년간 섬유업계에 몸담은 김 대표의 노하우가 있었다.
김 대표는 이런 ‘내공’을 바탕으로 ‘연합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통상 섬유업체는 직접 생산 공장을 두고 자사 브랜드의 옷을 생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애플라인드는 본사에서 연구개발(R&D)·검품·물류를 담당하고 수도권에 위치한 6,000여 봉제공장에 생산을 맡기는 연합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애플라인드 R&D센터에서 샘플을 개발해 서울 구로에 위치한 A 공장에 전달하면, A 공장은 샘플에 맞춰 옷을 생산해 다시 애플라인드 본사로 보내는 식이다. 이후 본사에선 옷을 검수하고 물류창고로 옮긴다.
이 방식을 통해 애플라인드는 여러 성과를 냈다. 일단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노무 부담을 덜었다. 김 대표는 “6,000개나 되는 공장에서 5만원어치 티셔츠를 하루 500개 만든다고 치면 하루에만 1,500억원어치를 생산하는 셈”이라며 “이런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애플라인드 직원들이 주 40시간만 일하고 월급도 최저임금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품종 대량 생산에 적합해 고품질의 패스트패션을 구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디자인·개발을 본사에서 담당해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생산은 아이템별 맞춤형 발주를 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이들 공장 중 85%가 종업원 10인 이하 소규모 작업장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큰 공장은 노는 손이 많지만, 작은 공장은 서로 유기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굉장히 높다”며 “100명이 일하는 공장 하나보다 10명이 일하는 공장 6곳이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이 시스템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능성 스포츠웨어로 유명한 미국 언더아머가 한국 소재를 채택할 만큼 국내 섬유는 최고”라며 “섬유업계가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봉제공장을 옮기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에선 중국에서 1,000명이 하는 일을 600명이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이룬다는 김 대표의 목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헝가리 쇼트트랙 선수단에 유니폼을 제공하고, 국제빙상연맹 운영위원 120명에게 패딩 재킷도 공급했다. 최근에는 세계 양대 스케이트 브랜드로 불리는 메이플(MAPLE)을 인수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주=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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