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소외받던 장기채권 펀드가 최근 상승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고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한동안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지수를 추종하는 ETF ‘KOSEF국고채10년레버리지’는 이달 들어 네 차례나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 초부터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온 이 펀드는 10년물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때 2배의 수익을 내는데 최근 3개월간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9% 이상의 수익을 냈다. 다른 국고채 10년물 ETF 역시 상승세다. ‘KODEX국채선물10년’ ‘ARIRANG국채선물10년’ ‘KBSTAR국채선물10년’ 등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3% 안팎으로 같은 기간 손실이 -10%에 달하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하다.
올해 채권 펀드 수익률은 사실상 개인이 끌어올렸다. 투자자들은 증시 변동성이 클 때 단기간 은행 예금 이상의 수익을 내기 위한 용도로 주로 채권형 펀드를 활용하는 편이다. 특히 개인들은 최근 2~3개월 사이 국고채 중장기물 금리가 연저점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거래가 쉽고 시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ETF에 투자하면서 장기채 투자를 늘렸다. 실제로 주요 10년물 ETF는 모두 연초 이후 개인의 ‘나 홀로 순매수’로 연고점을 이어갔으며 일반 펀드인 ‘미래에셋솔로몬장기국공채’는 최근 장기채 투자가 늘어나면서 일주일 새 1,396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 같은 흐름은 가파른 금리 하락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5월 2.78%였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7월 2.55%로 떨어졌고 현재는 2.3% 수준도 위태롭다. 5개월 새 채권 금리가 40bp(1bp=0.01%) 가까이 하락했지만 하반기에 장기채 금리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발표된 8월 고용 증가폭이 전년 대비 3,000명에 그치는 등 경기 부진으로 오는 10월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약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1회 인상되거나 동결될 것으로 내다봐 하반기까지는 장기채 중심으로 기관·외국인의 매수가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 개인 역시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리하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짧은 기간에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처 매수하지 못한 기금·보험 등 장기 투자기관의 대기 매수 수요가 풍부해 수급 여건이 우호적”이라며 “연기금 역시 주식에서 손실이 커 자금을 채권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가도 상반기부터 기준금리 동결에 베팅하며 순매수 규모를 늘려 실제 금리가 올라도 10년물 금리가 2.4%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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