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국내 대표 바이오 벤처기업인 신라젠(215600)을 만난다. 정부가 최근 GIC에 국내 바이오 등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한 직후여서 이번 만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IC는 이달 말께 신라젠과 국내에서 투자 관련 미팅을 진행한다. 이번 만남은 글로벌 IB 메릴린치가 주선했다. 다음달에는 GIC 관계자들이 신라젠 본사 등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GIC는 바이오·정보기술(IT) 등 성장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기관이어서 이번 만남이 주목된다”며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시기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GIC가 신라젠과 만나는 것은 국내 바이오 산업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부 의지에 글로벌 큰손이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GIC와 테마섹의 투자책임자를 만나 바이오·신재생·반도체 등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신라젠은 전일 대비 7.38%(6,400원) 오른 9만3,100원에 마감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GIC를 만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신라젠의 주가 상승으로 대부분 바이오 기업 주가도 함께 올랐다.
GIC에서 먼저 요청한 이번 만남은 신라젠의 희소한 기술력 덕분으로 평가된다. 신라젠 펙사벡(Pexa-Vec) 간암 치료제는 미국·중국 등에서 글로벌 3상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고형암·간암·대장암 등에 대한 글로벌 임상도 병행 중이다. 특히 전 세계 바이오 업계에서 항암 바이러스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GIC도 선제적 투자 검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미국암학회(AACR)에서 발표된 신약 개발 방식 중 가장 발전한 신약 기술이 바로 항암 바이러스다. 글로벌 대형 제약기업도 항암 바이러스 개발 기업 인수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2월과 5월 머크와 존슨앤존슨이 해외 항암 바이러스 개발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GIC는 아시아 지역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고 최근 투자 전략을 공격적으로 바꾸면서 신라젠과 같은 바이오 기업에 관심이 많다. 5월 금호아시아나 사옥을 사들였고 이랜드월드에 1,000억원의 투자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IC의 신라젠 방문이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한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두 번째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립 투자회사인 테마섹은 2010년부터 셀트리온과 계열사의 유상증자 참여, 전환사채(CB) 인수 등으로 4,000억원을 투자했다. 테마섹은 당시 과감한 투자로 8년 만에 20배가량의 평가이익을 낸 상태다. 올 초 테마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224만주와 29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며 투자 이후 첫 회수에 나섰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