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철수한 후 호주는 공장 부지를 차세대 미래차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국GM 군산공장 부지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업체들이 한 데 모여 생산 집적지로 활용하면 충분히 제2의 도약을 일굴 수 있습니다.”
이상직(사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부지를 중소기업이 주축이 된 전기차 개발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구체적인 행보에 나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이사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이 한 데 모여 기술 개발을 하면 시너지가 날 것 같으니 (중진공 차원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해 이들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소개하고 지난 14일 간담회를 가졌다”며 “한국GM 군산공장 부지를 살 수 있게 자금을 빌려달라는 기업에는 자금을 빌려주거나 협동화사업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동화사업은 3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 부지를 확보하고 투자비와 원가를 절감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중진공은 일정비율 이상의 자금 조달 능력이 있고 구체적인 상환 계획을 수립한 중소기업 3곳 이상에 5~10년 간 정책자금 기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이 이사장은 “중진공은 개성공단 등과 관련해 협동화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며 “협동화사업이 아니더라도 중진공이 부지를 매입한 후 임대료를 받고 입주를 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 부지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과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정부가 군산을 고용산업 위기 지역으로 지정한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며 “전기상용차 자율주행 기반 구축은 대통령의 공약인 동시에 전라북도는 새만금 지역에 이를 조성하기 위한 예비 타운을 신청한 만큼 관련 기업들을 모아놓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입장이다.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들의 의사 결정이 전제돼야 하고, 부지를 특정 업종에 한정해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중진공의 협동화사업 예산은 통상 400억~500억원으로, 중기부에 따르면 500억원이 책정됐던 올해의 경우 이미 약 400억원을 소진했다.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협동화사업 예산도 올해 수준이다. 한국GM 군산공장 부지 가격이 2,000억원 내외로 알려진 만큼 협동화사업 예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그간 책정된 예산을 볼 때 (부지 매입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한데다 협동화사업 예산 전부를 부지 매입에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중소기업들이 한국GM 군산공장 부지 활용에 대한 입장을 건의했고, 이 이사장이 현장의 의견을 받아 국회에 다리를 놔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연하·서민우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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