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자리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당국자들은 내달 중순 발표될 ‘9월 고용동향’을 두고 벌써 한 마디씩 툭툭 내뱉고 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고용동향에) 좋지 않은 숫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고,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용지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악화일로인 고용지표 탓에 대통령 지지율마저 휘청이는 마당에,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도 모자랄 이들의 말은 왜 이리 힘이 없는 걸까요. 상황이 얼마나 안 좋길래 당국자들이 9월 고용지표를 두고 벌써부터 ‘기대 하지 마시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걸까요.
우선,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를 볼까요. 가장 최근 나온 지표는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입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취업자 수는 2,690만7,000명입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8월보다 3,000명 늘었습니다. 3,000명 증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1만명 감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고용 참사’라는 말이 나왔지요.
‘1년 새 3,000명이나 취업자가 늘었는데 왜 고용 위기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는 증가 그 자체보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함께 고려해 증가 폭을 더 의미 있게 봐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자 수 증가가 30만명은 돼야 정상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지난해 8월의 경우 전년 대비 20만8,000명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는 31만명이 넘었죠. 정부가 지난해 말 올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를 32만명으로 잡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18만명으로 수정하긴 했지만요.
하반기 고용 사정은 좀 어떨까요. 결론부터 보자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우선, 앞서 김 부총리가 “9월 고용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배경에는 기저(基底) 변화가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31만4,000명 늘었습니다. 20만8,000명이었던 직전 8월보다 10만6,000명이나 많죠. 산술적으로 따지자면 전년 동월 대비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을 비교하기 때문에 올해 9월은 8월보다 10만명 가량을 ‘밑지고’ 들어가는 셈이 됩니다. 김 부총리가 “9월은 통계상 10만명을 까먹고 들어간다”고 말한 배경이 여기에 있습니다. 얼어 붙은 고용 상황이 이어진다면 9월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기야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증가는커녕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국가미래연구원은 올 하반기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을 4만8,000명으로 잡았습니다. 그나마도 ‘낙관적 최대치’입니다. 지난해 월 평균 취업자 수 증가가 30만명 수준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정부가 낮춘 목표치 18만명 달성도 요원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미래연구원 전망치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요인은 반영돼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연구원은 “이번 추정은 낙관적인 최대치이고, 실제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청와대는 3,000명 증가에 그친 8월 고용동향 지표를 받아 든 바로 그날 “경제 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통증”이라고 했습니다. 좀 아프고 말 거라는 얘기인 거죠. 무책임한 말입니다. 지난 8월 전체 실업자 가운데 15~29세 청년층 실업자는 절반에 가까운 43만5,000명이나 됩니다. 전체 실업률이 1년 만에 0.4%포인트 상승해 4%를 기록했는데 청년 실업률은 전체 상승률을 훌쩍 뛰어 넘는 0.6%포인트나 올라 10%까지 치솟았죠. 8월 기준으로 1999년 10.7%를 기록한 후 19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청년층 뿐 아니라 고용 대란으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 대부분이 고학력자보다는 저학력자,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 같은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청와대의 말은 더욱 무책임해 보입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탓에 퇴직금을 탈탈 털어 마련한 가게를 문 닫아야 하고, 그나마 용돈 벌이를 하던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그저 ‘통증’이라는 청와대의 멋부린 수사(修辭)는 얼마나 와 닿을까요.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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