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4분기부터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상품은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제외되지만 금융당국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상품만 선별적으로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에 신한카드를 보유하고 있다면 사실상 신한카드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경쟁 카드사 고객에게 중금리 대출을 해줘야 총량규제에서 벗어나 대출 외형을 늘릴 수 있어 자사 카드 고객에는 상대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특히 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정식 공문이 아닌 구두로 전달해 혼선마저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일부 카드사에 기존 고객에게 내준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제외 대상이 아니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기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고객의 금리를 낮추는 마케팅을 통해 그대로 유입하는 편법이 나오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한다는 취지를 지키기 어렵다는 당국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중금리 대출상품이 총량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여기고 신규 상품 마케팅 경쟁을 준비하던 카드 업계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기존에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고객이 대상이라면 신규 유입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이 선택하도록 해야지 더 낮은 금리로 받는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카드사 관계자도 “이 회사의 카드가 있으니 여기서는 중금리 상품은 안 되고 카드론을 받거나 타 카드사 또는 저축은행에서 받도록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자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중금리 대출은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이고 가중평균금리는 16.5% 이하, 신용등급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을 실행한 가계신용대출상품이다. 이에 맞춰 카드사들은 신용카드를 보유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 신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KB국민카드의 KB국민 중금리론은 연 5.9~19.9%로 최대 1,000만원, 최장 24개월이다. 우리카드의 올인원대출은 신용등급 7등급 이내 고객이 금리 4.7~19.7%로 최대 5,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롯데카드의 신용대출은 최장 36개월 최대 5,000만원까지 가능하며 금리는 연 4.95~19.9%다.
또 신한카드는 기존 중금리대출 형태인 MF일반대출의 상품 체계를 변경할 방침이다. 이 대출상품은 최대 5,000만원까지 최장 48개월간 최저 4.75%, 평균 13~15%의 금리가 적용된다. 삼성카드는 기존 프라임론의 최고금리를 19.9%로 낮췄고 다음달부터 상품명을 삼성카드 신용대출로 리뉴얼해 선보일 예정이다. 금리는 연 5.9~19.9%로 만기일시상환은 최대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특히 금융당국은 기존 신용카드 고객이 신규 중금리 상품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구두로만 전달해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당국의 방침에 국민카드는 아예 신규 출시한 중금리 상품은 신규 고객만을 겨냥해 만들었다. 다만 체크카드 고객은 해당 되지 않도록 열어놓았다. 그러나 카드 업계에서는 “(카드사들끼리) 경쟁사 고객을 뺏고 뺏기는 출혈경쟁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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