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새로운 암 치료법을 밝혀낸 미국과 일본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의 첫 영예를 안았다. 이로써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인은 모두 24명으로 늘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미국 생리학자인 제임스 P 앨리슨(70)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혼조 다스쿠(76) 일본 교토대 의과대 특별교수를 2018년도 노벨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했다. 이들은 특정 단백질이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면역세포들이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 개발의 단초가 됐다. 방사선이나 화학물질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면역력을 높임으로써 암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앨리슨 교수가 연구한 단백질은 CTLA-4수용체로 면역세포(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그는 CTLA-4를 활성화하면 면역세포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점을 1990년대에 밝혀냈다. 거꾸로 CTLA-4의 활동을 억제하면 면역세포가 활력을 얻으며 암을 활발하게 공격했다. 제약사 메다렉스는 이를 활용해 ‘이필리무맙’이라는 신약을 개발했다. 이 신약은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지난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혼조 교수는 pd-1이라는 단백질 연구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pd-1은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자칫 인체 면역계가 암세포마저 정상세포로 오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혼조 교수의 발견을 기초로 암치료제 ‘옵디보’가 개발됐다. 이 신약은 pd-1단백질의 활동을 제어해 암세포가 정상세포처럼 위장하는 것을 막는다.
두 교수는 모두 면역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다. 앨리슨 교수는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급) 재학생 시절 수학 선생님의 영향으로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미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텍사스오스틴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캘리포니아버클리대에 면역학 교수로 채용됐다. 이후 다른 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면역체계 및 암 연구 등에 천착했다. 혼조 교수는 일본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 카네기연구소 및 국립위생연구소 등에서 면역학 연구를 본격화했다. 귀국한 후에는 37세의 나이에 오사카대 교수직에 올랐으며 이후 교토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노벨과학상이 여성에게도 수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벨과학상은 지금까지 불과 3%가량만을 여성 과학자들에게 허락했을 정도로 남성편향이 심한 편이다. 지난해까지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모두 599명으로 그중 여성은 18명에 불과하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