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부동산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절벽’이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부동산대책 시행 전에 대출을 이용하려는 막판 수요가 몰렸지만 앞으로 주택 구입 목적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94조9,071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6,277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월별 증가액은 7월에 이어 세 달 연속으로 2조원을 넘었다. 6월에는 1조원을 밑돌았지만 7월에는 2조396억원, 8월에도 2조8,770억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 가운데 중도금·이주비 등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말 주요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1조5,327억원 늘어난 124조8,723억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액은 지난해 7월(1조5,530억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처럼 주담대 증가세가 이어진 것은 올여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활황을 보인데다 9·13부동산대책 직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2부동산대책 당시에도 막차 타기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 8월 한 달간 은행권 주담대 잔액이 2조5,000억여원 증가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 실행된 주담대는 두세 달 전 계약이 체결된 건이 대다수”라며 “9·13부동산대책이 예고 없이 시행된 만큼 불안감을 느낀 대출자들이 서둘러 받으려는 경향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대출 절벽’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13대책으로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진데다 DSR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9·13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실거주 목적 이외 신규 대출을 제한했으며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추가 대출을 원천 차단했다. 이에 따라 두세 달 뒤부터 은행들의 주담대 실적은 눈에 띄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9·13대책 이전에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대출 신청까지는 이달이나 다음달 중 실행될 수 있어서다.
DSR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주담대는 물론 신용대출도 받기 깐깐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DSR은 1년 동안 차주가 부담해야 할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그동안 은행들은 DSR이 100%가 넘는 고(高) DSR 차주를 별도 관리하는 식으로 시범 운영해왔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DSR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고 DSR 기준을 70~80% 수준까지 낮춰 은행이 보다 깐깐하게 대출심사를 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은행권의 DSR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전체 신규 대출의 17%가 DSR 100% 초과대출이며 80% 초과대출의 경우 30~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이들 차주의 대출신청을 모두 거절하지 않더라도 대출 승인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담대를 받은 뒤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는 차주들이 상당했는데 앞으로는 이 같은 대출 사례가 급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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