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가전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며 3·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44%나 증가했다. 3·4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이미 역대 최대였던 2009년 연간 영업이익에 근접했다. LG전자를 이끌고 있는 ‘가전 장인’ 조성진 부회장의 수익성 중심의 초 프리미엄 전략과 건조기 등 신 가전 공략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스마트폰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특히 이번 실적은 구광모 LG 회장이 첫 주재하는 그룹 사업보고회에 전달되는 만큼 오는 11월 말 예정된 정기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LG전자는 3·4분기 매출 15조4,248억원(잠정치), 영업이익 7,455억원을 달성했다고 5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44.4% 증가했다. 3·4분기 매출은 역대 3분기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올 3·4분기 누적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조5,672억원, 영업이익 2조6,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24.9%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4·4분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경우 연간 매출·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매출의 경우 지난해 61조3,963억원이 최대였고 영업이익은 2009년 2조6,807억원이 최고였다.
가전과 TV가 실적 견인의 주역이었다. 증권사들은 가전 담당인 H&A사업본부와 TV 담당 HE사업본부가 총 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본다. H&A의 경우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가 호조를 기록했고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 확대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HE에서는 TV 패널 가격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중심으로 높은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OLED TV는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도 상대적으로 발군이다. H&A는 8~9%, HE는 두자릿수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여전한 MC사업본부의 적자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1,400억~1,600억가량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인다. 전년 동기 3,810억원 적자에 비해서는 적자 폭을 줄였으나 6분기 연속 적자를 낸 것이다. LG전자 측은 이달 출시하는 V40 씽큐를 통해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번 실적이 갖는 무게감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구 LG 회장이 만 40세에 총수 자리에 오른 뒤 첫 정기인사를 앞둔 가운데 이번 실적이 인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LG그룹 내부적으로도 6인의 계열사 부회장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에도 연이은 적자를 책임지고 조준호 당시 MC 사업본부장이 황정환 본부장으로 교체된 바 있다. 이번 LG전자 인사에서 구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실적과 함께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분리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 구 부회장은 그동안 전장 사업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VC사업본부는 MC사업본부와 마찬가지로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분기 당초 흑자 전환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100억원대 적자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지만 흑자 전환 시기에 대한 시장의 피로감이 커졌다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인수한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의 실적이 이번 분기부터 본격 반영되는 만큼 VC 사업본부의 수익성이 일부 개선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효정·신희철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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