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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단축 100일] 직장인 소득은 줄었지만 저녁·문화있는 삶에 위안

칼퇴근 후 공연장·극장으로

외국어·교양 수업 등 열공도

문화·레져업계는 상대적 특수





칼퇴근 후 공연장·극장으로 직행하는 새내기 직장인, 저녁 시간 짬을 내 평소 부족함을 느끼던 외국어·교양 등의 강좌 수강에 여념이 없는 대리님, 유모차를 밀고 퇴근해 집 근처 대형마트 육아 강좌에 참여하는 과장님….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주52시간근무제도가 시행되며 나타난 새로운 풍경들이다. 초과근무·야간업무를 일상처럼 하던 직장인들의 저녁이 휴식과 재충전·자기계발 등의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대폭 늘어난 저녁 여유시간을 보다 알차게 보내려는 직장인들 덕에 유통 업계와 문화레저 업계도 때아닌 특수를 보내는 중이다.

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 등은 주52시간근무제 시행에 발맞춰 직장인들이 퇴근 후 즐길 만한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대거 늘렸고 실제 직장인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롯데백화점은 가을학기를 맞아 취미나 힐링·자기계발 등을 테마로 한 강좌를 기존 대비 50% 이상 확대했고 그에 따라 수강고객 수도 전년 대비 최소 5%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2030세대 수강생은 전년 대비 15%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장 컸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가을학기 수강생을 모집하며 ‘필라테스’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취미 관련 강좌 비중을 10~15%가량 늘렸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일부 취미 강좌는 조기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었고 특히 2030세대 비중이 지난해 8% 수준에서 올해 20%까지 늘어났다.

직장과 가사 일을 병행하며 삶에 찌들었던 워킹맘·워킹대디 사이에서도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은 확산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주52시간 시행 후 평일 저녁 시간에 아이와 함께 마트를 찾는 직장인 부모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고 특히 아빠와 아이가 함께 듣는 주말 베이비 강좌 신청이 전년 대비 40%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홈플러스는 관련 강좌를 30% 가까이 늘려 총 906종의 베이비 강좌를 마련해 고객들의 발길을 마트로 돌리는 데 힘을 쏟는 중이다.



여러 문화 강좌를 수강하며 취미 개발에 여념이 없는 직장인들 덕분에 게임·운동·악기 용품의 매출도 부쩍 늘었다. 티몬이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취미 관련 용품들의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게임 용품 매출이 101% 상승했고 TV, 이어폰·헤드폰 매출도 각각 108%, 138%씩 늘었다. 구기 스포츠 용품이나 홈트레이닝 제품, 관현악 등 악기, 원예 용품, 공예 상품 등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8~172% 더 많이 팔렸다.

영화관과 공연장 등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직장인들도 눈에 띄게 늘어 문화레저 업계가 톡톡히 혜택을 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시행된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국내 극장가를 찾은 총 관객 수는 약 6,68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약 6,396만명)보다 289만명가량 증가했다.

연극·뮤지컬·클래식처럼 평일의 경우 오후8시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공연계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한 관계자는 “공연 프로그램이나 장소 등 다양한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올해 7~9월의 티켓 판매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주52시간제도 시행으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종문화회관은 올여름 직장인들을 겨냥해 공연과 식사·숙박 등을 한데 묶은 ‘한야광(한여름밤의 광화문)’ 패키지를 내놓기도 했다.

단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변화가 생활에 여유가 있는 2030 대기업 직장인 사이에만 이뤄지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장직의 한 근로자는 “주52시간 시행으로 급여가 줄어 비용이 드는 취미활동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남는 시간에 투잡이라도 뛰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허세민·변수연·나윤석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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