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위작 사들여 15년 소장...황당한 국립현대미술관

이성자 '나무의 기억들' 위작 결론

국내 유일 국립미술관 위상 추락

국립현대미술관이 이성자(1918~2009)의 진품으로 알고 구입해 소장했던 작품이나 전시에서 이를 본 유족의 문제제기로 결국 ‘위작’ 결론이 내려졌다. /사진제공=김재원 의원실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작을 구입해 15년간 소장했고 전시까지 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대한민국 유일의 국립 미술관이며 미술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이 미술관의 8,164점 소장품 중 ‘위작’이 있음을 확인하기는 처음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지적했고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 2월 개최한 전문가 회의의 검토 끝에 ‘위작’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03년 9월 국내 경매사를 통해 재불화가 이성자(1918~2009)의 1963년작이며 세로 130㎝, 가로 193㎝의 대작인 ‘숨겨진 나무의 기억들’을 3,400만원에 낙찰받았다. 미술관은 수수료를 포함해 3,774만원을 경매회사에 지불했다. 1세대 추상미술의 거장이자 유럽을 무대로 활동한 작가의 위상과 같은 시기 대형작품의 희소성과 화풍 등을 고려해 구입을 추진했던 사안이다. 이후 이 작품은 미술관 소장품으로 안착했고 지난 2012년 과천관에서 소장품 특별전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자 당시 전시를 본 이성자 화백의 유족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미술관은 경매사를 통해 받은 작가 친필로 작성된 ‘진품확인서’ 등을 근거로 ‘진작(眞作)’임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올해 3~7월 열린 이성자 탄생 10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던 미술관 전시담당 학예연구직원이 지난해 말 다시 위작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이성자 유족 측이 2014년 한 화랑을 통해 같은 제목, 같은 크기, 같은 이미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던 것. 통상 화가가 비슷한 주제·기법의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동일한 시기에 크기·제목까지 일치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둘 중 하나는 진품을 베낀 위작으로 간주된다. 이에 미술관 측은 전시 직전에 외부 전문가 회의를 열어 ‘위작’이라는 자체 결론을 내렸다. 특별전에는 사용불가 처분을 받은 ‘위작’ 대신 유족이 소장한 진품이 선보였다. 이성자 화백의 경매 최고가 거래작은 지난 2013년 케이옥션에서 3억원에 팔린 ‘내가 아는 한 어머니’이다.

미술관 소장품 관리에 대한 김재원 의원의 지적에 마리 관장은 “필요한 작품에 대해서는 진위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술관이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위작이 경매에 나왔더라도 사전 공개전시인 ‘프리뷰’를 통해 실물을 확인하고 그 진가(眞假)를 가려내는 과정이 있는 만큼 미술관이 진위 감별능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은 치명적인 결함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위작 판명 후에 불용처리만 할 게 아니라 공개하고 투명하게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했다”면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논란처럼 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진위논란에 불미스러운 근거를 남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술관 소장품 확보에 관한 부실 검증시스템이 문제”라며 “개인이나 갤러리 간 거래라면 손해배상 청구를 운운할 수 있겠으나 국립미술관은 권위 있는 기관에 적합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