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대외악재에 미국 경기 고점 논란까지 불거지며 11일 한국 증시는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대부분 코스피 2,100을 심리적 ‘저지선’으로 내다봤으나 최악의 경우 2,000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근 증시 부진이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유가 상승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변동성 극대화 장세여서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점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는 미국이 버팀목인 만큼 산업재와 은행, 보험 등 금리 인상 수혜주를 ‘피난처’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이날 전문가들은 증시 1차 지지선을 2,100으로 예상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수 있겠으나 뚜렷한 반등 포인트는 제시하기 힘들다”며 “현재 같은 상황이면 2,100을 지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은 기업 펀더멘털 상승 동력이 낮은 국가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등과 펀더멘털 우려가 만나 자금이 더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100 정도가 저점이고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그러나 변동성이 커졌다”고 봤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들의 기업 가치를 감안하면 2,230이 적정이지만 가격은 센티멘털(심리)을 반영한다. 2,000~2,100선을 예상한다”며 “올해 4·4분기 예상 실적도 좋지 않은 만큼 ‘내년을 보자’는 심리가 큰 것 같다”고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의 대표 국가로 최근 신흥국 위기 속에서도 매도 우위가 크다”며 “증시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미국 증시 급락이 기술주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IT 업종 등 코스닥 성장주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수 급락의 원인이 주로 ‘외환’인 만큼 향후 반등 계기도 대외변수의 완화에서 찾는 분석이 많았다. 윤 센터장은 “증시 하락의 출발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경제 냉전’”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으나 점점 합의점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완화,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 진정이 실현된다면 증시 반등이 가능하다”며 “다음달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에서 비롯된 만큼 선거라는 국내 정치용 이벤트로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장들은 당분간 위기 대응이 최선의 투자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이 재정확대 정책을 동시에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오르고 있는 유가 강세에 힘을 더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산업재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김유겸 센터장 역시 “반등에 대비한다면 산업재를 포함해 금리 상승을 염두에 둔 금융주 등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재중 센터장은 “배당주·통신주 등 국제환율 민감도에 떨어지는 내수 소비주가 방어적인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이런 때 국내 기업의 ‘옥석’이 가려진다”며 “조선·2차전지·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이 지속될 수 있는 업종과 종목을 골라 정밀 타격하는 형식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양준·박경훈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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