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신협중앙회장은 인터뷰 내내 ‘열정(passion)’을 말했다. 어느 분야에서든 열정을 갖고 몰입하는 사람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취(醉)하라’는 것인데 김 회장의 취임 일성도 바로 ‘취’였다.
그는 신협중앙회가 언제부터인지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를 이끌기보다 따라가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데 대해 걱정했다. 이 같은 조직을 바꾸려면 ‘태풍’이 한 번 몰아쳐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자신이 조직에 변화를 주는 ‘태풍’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수석을 모으는 사람들은 태풍이 지나가면 곧바로 바닷가로 달려간다”며 “태풍이 불 때 집채만 한 파도가 조약돌을 갈아엎어 수m 밑에 있던 조약돌이 위로 올라오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태풍이지만 수석 수집가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를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우리 조직도 오랫동안 빛을 못 보고 지표면 아래 깊숙이 묻혀 있는 조약돌과 같다”며 “큰 태풍이 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야 조직의 미래를 이끌 괜찮은 조약돌이 하나둘 나타날 것이라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이미 뛸 준비를 하거나 운동화를 갈아 신는 임직원도 있는데 아직 10~20%는 ‘이러다 말겠지’라며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며 “이미 파도는 시작됐다. 나랑 같이할 생각이라면 (임직원들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며 크게 웃었다. 조직 내 작은 변화들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 예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3S(Short·Slim·Speed)’를 강조하며 보고서는 1~2장으로 압축하고 지시사항에 대해서는 48시간 내 실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느릿한 조직이 신속한 조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세계적인 신협조직을 만들기 위해 “달리는 말의 말발굽도 보지 말고 뛰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벌써 신협에 대한 김 회장의 열정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하나의 파격은 직원 10명을 선발해 내년 상반기에 700만원의 여행비를 주고 한 달간 해외 배낭여행을 떠날 기회를 주는 ‘CU(Credit Union) 배낭 메고 어부바, 세계를 어부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보고 듣고 느끼면서도 여행을 다녀온 뒤 별도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김 회장은 “유연한 사고를 가진 튀는 직원이 있어야 한다”며 “한 명이라도 아이디어를 얻어 온다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취임 후 소통본부를 만들어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자주 듣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경청해 신협의 현안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김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튀다가 실수하더라도 직원들을 절대 문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꼭 강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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