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끓여 먹는 거야.” 농심이 지난 1996년 중국에서 독자법인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중국인에게 ‘라면을 끓여 먹는다’는 건 생소한 식문화였다. 중국은 그릇에 면과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워먹는 ‘포면(包面) 문화’가 보편적이다. 농심은 ‘끓여먹는 라면’을 고수했고 끓여 먹어야 얼큰한 그 맛이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올해 농심 중국법인 매출은 20년 전보다 40배 성장한 2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만 20억달러에 이른다.
라면·소주·만두 등 한국인의 ‘소울 푸드’가 전세계인이 찾는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한국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는 ‘K 소울푸드’들이 전세계 방방 곡곡 진출하며 현지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
농심은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 아래 맛·규격·디자인·브랜드까지 한국 제품 그대로 시장에 선보였다. 현지 라면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 단기 매출은 올릴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농심의 브랜드를 구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조인현 중국법인장은 “90년대 말 중국시장은 중국 저가 라면이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었고 소비자들 또한 한국식품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마트에 제품 입점조차 되지 않는 등 초창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장기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제품과 판매에 대한 확고한 전략이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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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따르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했다. 지난 15일 개최해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농심 신라면배 바둑대회’도 그 일환이다. 바둑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 어필하는 마케팅은 적중했다.
CJ제일제당(097950)도 미국 식품 시장에서 한류 콘서트 ‘케이콘(K CON)’ 행사, PGA투어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에 연계해 ‘비비고’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만두·김 등 소울푸드를 알릴 뿐 아니라 ‘카히키’ ‘쉬완스’ 등 미국 냉동식품 전문업체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비비고 만두는 지난 2016년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 만두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부터는 김을 한식 세계화 작업의 핵심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국내 최대 김 전문 기업인 삼해상사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라면은 강한 맛을 좋아하는 동남아시장에서도 훨훨 날고 있다. ‘매운 볶음면’ 카테고리를 만든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올 상반기에만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매출은 140억 원이었다. 지난 4월 말레이시아에 매운 볶음면 ‘대박라면’ 2종을 출시한 신세계푸드도 지난 9월 말까지 400만 개가 팔리는 등 매출 호조세를 보였다. 이에 내년 초 대박라면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주류 업체도 ‘코리안 위스키’ 소주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트 진로는 베트남에서 국내에 판매하는 ‘참이슬 후레쉬’를 중심으로 현지인 입맛에 맞춘 19.9% 도수의 ‘참이슬 클래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베트남법인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37억 2,847만 원으로 전년대비 20% 성장했다. 한때 국내를 강타했다 사라진 과일향 소주도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 롯데주류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순하리 블루베리’를 지난 7월 개발, 중국·베트남 등 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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