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국내 최장수 의류기업 ‘독립문’이 팔린다. 100년 기업을 내다보고 올해 사명을 변경하며 ‘제2 창업’을 선언했지만 패션업계의 트렌드 변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지자 결국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17일 투자은행(IB)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브랜드 PAT, 엘르 골프, 데미안 등을 보유한 독립문(옛 평안L&C)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독립문은 지난달 말 인수 희망자와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달 중 실사를 거쳐 연내 매각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인수희망 업체는 비(非)패션업체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등 지분 100%의 통매각을 추진 중”이라며 “독립문이 가진 상징성과 100년 기업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명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독립문은 평안도 출신 독립운동가인 월암 김항복 선생이 지난 1947년 창업한 대성섬유공업사가 모태다. ‘독립문표 메리야스’와 ‘실켓 면 티셔츠’를 국민 의류로 만들었고 ‘코뿔소 BI’가 상징인 PAT와 엘르 골프, 데미안 등도 메가 브랜드로 키워냈다. 2005년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를 인수해 2012년 매각하기 전까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1년 4,393억원에 달했던 매출(영업이익 720억원)은 네파 매각 이후 2013년 1,60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적자전환(영업손실 30억7,500만원)했다. 2015년에는 매출이 1,185억원으로 전성기의 4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607억800만원, 영업이익 64억8,200만원을 기록하며 장수기업의 부활을 알리는 듯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창업 4세인 김형숙 공동대표는 올해 창업 71주년을 맞아 ‘100세 기업’을 만들겠다며 사명을 변경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하지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자 회사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시장 침체에 한계를 느낀 김 공동대표가 기업을 100년 이상 장수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패션에 종사하지 않는 전략적투자자에 지분을 100% 넘기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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