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사회가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먼저 선발하기로 하면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자가 10여명에 달할 정도로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현직인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와 우리은행 출신인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금융권 거물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지주체계로 전환되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권의 요직으로 통해 내부 역학관계는 물론 현 정부와의 관계 설정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 10월10일자 10면 참조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에 오 회장, 신 사외이사,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희태 전 신용정보협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전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등이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변양균(69)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의 이름도 잠시 언급됐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타천이기는 하지만 10명의 후보가 거론되는 것은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70세라는 최고경영자(CEO) 연령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또 낙하산 논란에 따른 청와대의 부담이 큰 만큼 우리은행 이사회를 구성하는 과점 주주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어 후보군이 예상보다 넓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대외활동이나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며 “백가쟁명식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1948년생인 오 회장은 한국은행에서 시작해 금융감독원 부원장까지 올랐고 SC제일은행 부회장, 한국스탠다드차타드 금융지주 부회장, KB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지냈다. 특히 오 회장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금융경제위원회장을 맡을 만큼 금융권 실세라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다. 지주 전환 초기 각종 M&A로 몸집을 불려야 하는데 여기에 오 회장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장 등 주요 CEO 인선에서 후보로 자주 거론됐다. 지난 8월 말 오 회장이 주관하는 글로벌금융학회 학술대회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을 포함해 27명의 금융계 CEO가 총출동할 정도로 마당발이다.
오 회장과 동갑내기로 호남 금융권 인맥을 대표하는 신 사외이사는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 금융권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꼽힌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다만 심판이 경기에 참여한다는 논란은 부담이다. 그래서 신 사외이사는 적절한 CEO를 찾지 못하면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회장과 행장직 분리가 유력하지만 겸임체제가 유지된다면 현직인 손 행장이 유리할 수 있다. 손 행장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은행 노조가 지주사 전환 초기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밖에 박도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과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선환규 예금보험공사 감사, 김종운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도 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고·고려대 라인과 부산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부금회’ 인사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했던 만큼 예상외의 인물이 갑자기 떠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 핵심과 이야기가 되는 인사거나, 적어도 이 같은 실세 인사가 미는 인물이 차기 회장에 낙점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낙하산 논란’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피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우리은행은 오는 26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해 회장 선임 방식을 확정한 뒤 다음달 23일 전에 최종 후보자를 내정할 계획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