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정부 출범 이후 구조조정 분야에서 분명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왔다. 지난 2003년 카드 사태를 수습할 때 그 밑그림을 본인이 직접 그렸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도 넘친다. 이 회장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요체는 ‘가성비’로 볼 수 있다. 비용이 들더라도 성과(고용 보장)가 있다면 괜찮다는 것이다. 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GM과 법정관리를 피한 STX조선 등이 이 원칙에 따라 목숨을 연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GM의 연구법인 분리는 사실상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한 예비 단계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이 회장은 ‘비토권’을 행사해서라도 법인 분리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인 분리는 자산 매각이 아니어서 비토권이 발동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앞날도 골칫거리다. 조선 업계에서는 하루빨리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회장이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구조조정에서 가성비보다 중요한 적기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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