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탁결제원이 수수료 변경 과정에서 3건 중 1건은 시장효율화위원회(시효위) 심의 없이 자의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수료 신설이나 인상 등 금융사에 부담을 주는 수수료 변경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효위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의 수수료 변경 건수는 총 62건이고 이 중 18건만 시효위에 보고했거나 심의를 거쳤다.
신설·인상·범위확대 등과 관련된 수수료 변경 내역은 31건으로 이 중 5건만 시효위 심의를 통해 확정됐다. 예탁원의 자의적 판단이 작용하는 것은 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예탁원의 수수료 인상 등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자본시장법 제414조에서는 예탁원과 같은 기관이 수수료를 신설하거나 인상할 때 시효위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효위 운영 규정에서는 증권·장내파생상품거래의 체결·청산·결제 및 예탁과 관련한 수수료 등, 그 밖에 수수료 또는 전산투자와 관련된 사항으로 시장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심의가 필요하다고 정하는 사항을 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규정이 불명확하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수수료 성질에 대한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2016년 금융감독원은 예탁원이 2012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수수료를 변경하고, 2014년 상장지수증권(ETN) 수수료를 신설하면서 심의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한 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업계에서 시효위 운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탁원의 수수료 수익은 2010년 1,294억원에서 2015년 1,682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예탁원에서 자료공개를 하지 않아 적정 수수료 수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최 의원은 “법조문을 엄격 해석하면 모든 수수료의 보고가 필수지만 실무상 수수료 인상주체의 선택적 안건상정으로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예탁원 관계자는 “수수료 변경 등은 서비스 이용자들과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고 시효위에 보고가 없는 수수료 부분은 매년 금감원 감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박성규·이경운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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