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은행이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집중 질타를 당했다. 산은이 8,000억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한국GM 지원에 투입하면서 제대로 된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먼저 산은이 GM의 법인 분리 의도를 사전에 알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GM의 법인 분리 가능성을 언제 파악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지난 5월 GM과 경영정상화협약을 맺기 전인 4월 말쯤 GM 측에서 법인 분리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협약서에 내용을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M이 법인 분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동안 특별한 조치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GM이 정상화 협약을 맺고 두 달 뒤 법인 분할을 추진한 것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이라며 “산은이 GM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 분리에 대한 산은의 애매모호한 입장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회장은 법인 분리가 시장 철수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원 질의에 “법인분리가 꼭 나쁜 것은 아니고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총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낸 것”이라며 “법인 분할이 주주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알려면 사업계획을 알아야 하는 만큼 소송을 통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집중 질의가 이어지자 이 회장의 답변도 강경해졌다. GM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는 지적에 이 회장은 “GM에 법인 분리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내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산은 패싱’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법인 분리를 무기력하게 허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또 “법인 분할이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GM 측을 압박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연말까지 지원하기로 한 7억5,000만 달러 중 절반인 3억7,500만달러(약 4,200억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의 경영 ‘독주’를 제어하기 위한 조치다. ★본지 10월 22일자 4면 참조
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GM 노조에 대해서는 “경영정상화 계획에 앞으로 쟁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항목도 포함돼 있다”며 “노동조합도 파업이 아니라 생산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일범·박진용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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