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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진단] 과속 정규직화...결국 '고용폐단' 불렀다

<이철균 경제부장>

정책 악용 '편법' 비정규직→정규직

공기관 고용세습 등 부작용 속출

파업·갈등...신규 채용감소 악순환





‘대기 중인 수십만 청년들에게도 (채용과 정규직 전환 정보를) 공개해 경쟁해야지 (정보를) 아는 자리에 있다고 운과 로또를 몰아주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23일 ‘채용비리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 자리에 가족이나 친인척·지인이 경쟁 없이 채용되는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얘기다.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이 제기되면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입사가 상대적으로 쉬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폭로에 수십만 취업준비생들은 비탄에 빠졌다. 의혹단계지만 한 기관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의 친인척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발표에 “정규직화가 결국 그들만의 리그였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도 심각성을 인식해 전수조사는 물론 국정조사에도 착수할 모양새다.

야3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꼽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자칫 통로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의(善意)’로 추진한 정책이 되려 부정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 같은 논란은 초기부터 컸다. 모든 공공기관이 ‘정규직화 목표’를 제시하고 실적을 일일이 보고하는 식의 추진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신규 채용 감소, 갈등 확산은 물론 또 다른 고용폐단을 낳는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부는 국정과제 1호라는 무게감에 흔들리지 않고 추진했다.

물론 외견상 성과는 뛰어나다. 추경호 자유한국당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오는 2020년까지 20만5,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상시·비정규직의 64.9%)될 예정이다.



속도가 빠르고 무차별적이어서 예상됐던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 파견·용역 부문에서 시설청소원(3만2,270명), 시설관리원(2만849명) 등의 전환비율이 높다 보니 일부 공기업의 청소·조경직원들도 민주노총과 결합해 파업을 벌이고 있다. A공기업의 한 임원은 “지금은 정규직 전환이 목표지만 다음은 임금차별을 없애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뒤에 있으니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않겠느냐”고 씁쓸해했다. 갈등이 심화한 탓에 공기업들의 평가는 차갑다. B공기업 노무 담당자는 “정규직화는 도대체 현장을 알고 만든 정책인가 싶다”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악화, 신규 채용 감소는 둘째치고 정규직화를 악용한 ‘고용폐단’의 먹이사슬이 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정밀조사와 국정감사 등을 거쳐 정책을 보완해야 국정과제 1호가 존재가치를 가진다.
/fusionc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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