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에 지난 4월 인수된 국산 수제맥주 기업 ‘더핸드앤몰트’의 대표 제품이 AB인베브의 자회사인 오비맥주의 공장을 통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져야 할 수제맥주가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공장에서 양산되는 셈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B인베브는 최근 핸드앤몰트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던 ‘폭포 페일에일’과 ‘모카 스타우트’를 국산 맥주 ‘카스’ ‘호가든’ 등을 만드는 오비맥주 광주공장에서 생산할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핸드앤몰트 측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확대 생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양산 계획은 미정”이라고 답했다.
지난 4월 AB인베브가 자회사 ZX벤처스를 통해 국내 최고의 양조장을 보유했다고 평가받던 핸드앤몰트를 약 120억원에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순간부터 국내 수제맥주 업계 사이에서는 “국내에 갓 태동하기 시작한 수제맥주 산업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것”이라는 걱정을 토로했고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합병 당시 한국 수제맥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약속은 공염불로 돌아갔고 결국 글로벌 기업이 색다른 제품군 하나 추가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7억원에서 지난해 400억원대로 급증했지만 아직도 소규모 양조장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고 가격이나 유통 경쟁력 측면에서 대기업 맥주와는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이 뛰어들어 가격·할인 경쟁에 돌입할 경우 개성 있는 독립 맥주들이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대량 생산의 공장 수제맥주가 늘어날 경우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국내 업계는 이제 막 성장 곡선에 올라탄 국내 수제맥주 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일종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7년 2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특히 청년 중심의 창업과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한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AB인베브 측은 “해외에서는 ‘사무엘아담스’처럼 수제 맥주들과 대기업과 전략적으로 손잡고 사업 확장에 나서는 사례가 이미 많다”며 “개성 있는 수제 맥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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