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대기를 각각 조사하면 중국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동 칸 중국 푸단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이 주최한 ‘세계과학한림원 서울포럼’에서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는 것 외에 국내 배출원도 연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미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이 우선 국내 미세먼지 저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북한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매우 적어 북한에서 미세먼지를 관측하게 되면 순수하게 중국에서 한반도로 넘어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미세먼지는 최근 5년 사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지만 한국의 미세먼지는 같은 기간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늘어났다고 보고된다는 점에서 ‘중국 책임론’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인공위성으로 찍으면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국가적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경유차 등을 폐차해 초미세먼지 농도를 5년 전보다 30% 정도 줄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상하이에서도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시민들이 저장성이나 장쑤성 등에서 오염물질이 온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칸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2013년 ㎥당 72㎍ 수준에서 지난해 ㎥당 48㎍까지 줄었다. 그는 “베이징·톈진·허베이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석탄화력 발전량을 줄이고 천연가스 발전량을 늘려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 뒤에는 인도의 미세먼지가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이미 중국에서는 연구 주제가 건강영향평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잭 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지구과학국 부국장은 “앞으로 발사될 미세먼지 관측용 위성을 활용하면 미세먼지 배출 현황과 먼지 입자의 이동 등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 대기오염 감시기구인 에어파리프의 소피 모크타르 선임연구원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1개국은 유럽위원회(EC)가 정한 환경규제를 준수하고 있다”며 “프랑스는 5년마다 지역별로 ‘대기 보호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도 벨기에나 독일에서 미세먼지가 넘어올 때가 종종 있는데 대기 질 예보와 대응을 위해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랑스는 차를 연식과 매연 배출량 등을 기준으로 5등급으로 관리하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면 등급이 낮은 차는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진입해도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파리는 자가용을 줄이기 위해 최근 주차장을 자전거도로나 보행로, 공유차 시설, 카페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파리에서 2016년 이전까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 비싼 대중교통비를 무료로 제공하다가 현재는 할인해주고 있다고도 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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