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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더 걱정" 최대 실적에도 못 웃는 은행

DSR 시행 등 대출규제 본격화

금리인상으로 부실 확산 우려도





국내 주요 은행의 3·4분기 실적 발표 결과 이미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훌쩍 넘기면서 연말에는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심의 이자이익 성장세를 기반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본격적인 대출 규제가 시행되는데다 금리 규제, 금리 인상에 따른 한계 가구와 기업의 부실 확산 등으로 내년 실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3·4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8조4,845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7조8,911억원을 추월했다. 지난해에도 전년인 2016년 당기순이익(5조1,679억원)에 비해 52.7%나 급증해 사상 최대 기록을 깼는데 올해도 두 자릿수 이상의 이익성장률을 기록하며 신기록 경신이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호실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냐를 놓고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 중심의 영업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원화 대출금 잔액은 올 3·4분기 말 기준 전 분기 말(1061조원) 대비 약 2.2% 증가한 1,084조여원을 기록했다. 이 중 가계대출 잔액은 556조여원으로 51.2%를 차지했다. 가계대출로 몸집을 키운데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도 올라가 NIM도 개선된 게 실적호조의 배경이 됐다. 실제 농협은행의 3·4분기 말 NIM이 지난해 말 대비 0.1%포인트 오른 1.87%로 가장 크게 개선됐으며 우리은행은 0.06%포인트 상승한 1.53%를 기록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0.04%포인트 상승한 1.62%, 하나은행은 0.02%포인트 오른 1.55%, 국민은행은 0.01%포인트 개선된 1.72%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부터 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가계대출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DSR 70%가 넘는 고DSR 대출 비중을 신규 대출 취급액의 15%, DSR 90% 이상의 초고DSR 비중을 1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곽철승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4분기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은행에서 DSR 90%를 초과하는 잔액이 2조원”이라며 “(DSR을 엄격히 적용하면) 최대 9,000억원의 신규 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업대출과 비이자이익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한계 가구나 기업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가계대출 등을 통해 몸집을 불려야 이익성장을 할 수 있지만 가계대출이 막히면서 기업대출로 진로를 바꿔야 하는데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우려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은 은행 간 경쟁으로 대출에 문제가 없지만 자동차·조선산업 부진에 따른 하청업체의 경우 운영자금 마련도 힘들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기대출 시장도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우량 중소기업은 대출이 필요 없을 정도인 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어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전통의 여신 업무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업무를 강화해 비이자 부문 수익을 강화하지 않으면 매년 경신되는 사상 최대 이익이라는 타이틀도 곧 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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