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의 3·4분기 실적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내년에도 1조원 이상의 추가 수수료 인하를 단행할 방침이어서 카드 업계에서는 생존을 넘어 조만간 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전업카드사의 3·4분기 당기순이익은 4,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607억원)나 감소했다. 3·4분기에는 특별한 일회성 요인도 없어 신용판매 수수료 인하 여파가 그대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1,136억원으로 1년 새 24%나 줄었고 삼성카드도 807억원으로 두 자릿수(-12.1%)의 감소율을 보였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단행한 수수료 인하 여파가 본격화되는 것”이라며 “이마저도 경영 효율화를 통해 겨우 버텨낸 것인데 내년 이후는 존립을 걱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3·4분기까지 누적으로는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일회성 이익을 감안해 3,9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3% 급감했고, 삼성카드는 2,750억원으로 9.9% 줄어든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 2016년 우대수수료율 인하와 수수료율 상한을 낮췄고 지난해 7월에는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또 올해 7월부터는 밴(VAN)정률제 적용 및 수수료율 상한을 인하했고 내년 1월부터는 결제대행업체(PG)를 이용하는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연 매출 2억원 이하 가맹점에 적용되는 수수료 상한은 2015년 1.5%에서 0.8%까지 낮아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했고 영세 소상공인에 미치는 혜택도 크지 않다”며 “이대로라면 회사 매각이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수료 인하에 따른 후폭풍으로 2015년에서 2016년 말까지 1년 새 카드 업계 인력은 2,000명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마케팅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원가를 낮추도록 제시하고 있고 서울시를 중심으로 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 도입이 확산되면서 카드사들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고, 실적이 악화되면서 고객에 제공해온 혜택을 잇따라 축소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순익 감소로 인해 인력 감축과 서비스 축소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카드 산업의 구조조정과 생존권 위협을 주도한다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