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스닥지수가 5%나 급락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우려한 대로 증시 부진에 따른 반대매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가 늘면서 증시를 더욱 끌어내리고 다시 반대매매가 급증하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3,0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이 1,049억원, 기관투자가가 1,896억원 규모로 순매수하는 등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개인투자자들만 유독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것이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비이성적인 탓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동안 주가가 빠지면서 반대매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주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주식담보대출, 담보 없이 투자금을 빌려주는 신용융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외상거래인 셈이다. 종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신용융자는 대체로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140% 수준의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는데 문제는 주가가 최근처럼 급락할 때다. 주가가 급락해 담보가치가 떨어지거나 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는데 투자자가 투자로 증거금을 더 내지 않으면 증권사는 해당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실제로 이달 들어 일평균 반대매매 규모는 코스피·코스닥을 합쳐 약 180억원으로 지난달(54억원)보다 이미 세 배가량 늘어났다. 올 들어 월별 가장 많은 액수이기도 하다.
문제는 주가가 점점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반대매매는 주로 장 개장 직후 자동으로 이뤄진다. 코스닥이 5% 급락한 이튿날인 30일에도 당장 반대매매가 쏟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지수가 5% 빠졌다면 어지간한 코스닥 종목은 10% 정도 하락했다고 보면 된다”며 “증거금이 140% 이하로 떨어진 투자자들이 29일 오후4시까지 현금을 입금하지 않았다면 내일 개장 직후 기계적 매도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30일 증시는 시작하자마자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보다 코스닥이 반대매매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잔액으로 투자한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준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은 약 10조7,800억원으로 이 중 절반은 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1,380조원, 코스닥은 207조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대매매로 코스닥이 훨씬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용융자 잔액이 많고 최근 하락폭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추가 주가 하락에 주의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코스닥의 신용융자 잔액이 11조8,000억원대에서 10조8,000억원 근처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올해 평균 수준인 0.67%”라며 “주가지수 하락이 신용융자 잔액 감소를 상쇄하면서 신용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증시가 바닥으로 판단돼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투자자들도 해당 종목의 신용융자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추가 반대매매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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