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2개월 만에 2,000선 아래로 추락하는 등 국내 증시 급락세가 멈추지 않자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연이은 주가 하락에도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며 자본시장에 방관하는 모양새를 보였던 금융당국과 증권 유관기관은 잇따라 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청와대 청원게시판 등에 따르면 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책을 호소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26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 주식시장이 침몰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게시 3일 만인 29일 오후5시 현재 2만4,491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자는 “자본시장이 침몰하는데 어느 한 명 나서서 침몰하는 배를 구하려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 증시 급락 상황에 정부의 대응과 현 정부의 대응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게시자는 “2015년 8월 국내 증시 상황에서는 증시가 급락하자 기획재정부는 휴일에도 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고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 등 관련 부서는 휴일을 반납한 채 시장 상황을 보고했다”며 “한국은행도 총재 주재로 금융·외환시장 점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금융위원장은 긴급 간부회의에서 대책을 세웠다”면서 당시의 발 빠른 대응을 언급했다.
이어 과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립식 펀드 가입 이력을 비롯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주식시장이 급락하거나 자본시장으로의 관심을 유도하려고 할 때 펀드에 가입했던 이력 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코스피지수가 7년 만에 최대 낙폭(4.44%)을 기록한 이달 11일 긴급 점검회의를 연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당시 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이 “한국의 대내외 경제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추가 하락에 대한 경고보다는 긍정적 입장만을 보였다. 이후에도 증시는 연일 연중 최저점을 갈아치웠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날 오전부터 금융위·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금융감독원 등이 연쇄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이나 국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금융위가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000억원의 증시안정자금 운용계획을 내놓은 것을 두고도 일부 투자자는 “시가총액이 2,500조원 넘게 날아갔는데 장난하는 건가”라며 “투자자들 약 올리는 것 같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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