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4·4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PC용 D램(8기가비트 DDR4) 가격이 10% 남짓 빠지는 등 메모리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고 4·4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마저 6%(전년 동기 대비·IC인사이츠 보고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실적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삼성이 내년 2·4분기부터 서버·인공지능(AI) 수요 등이 살아나 다시 메모리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4·4분기와 내년 1·4분기 실적 약세 예고로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전략도 메모리 생산라인 탄력운영으로 위험관리에 들어갔다. 가격 동향 등에 따라 현재 6대4 정도인 D램과 낸드 생산 비중을 유연하게 가져갈 계획이다. 서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스스로 내년 1·4분기까지 실적 약세를 예고한 만큼 고점론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본격화=시장에서는 삼성의 4·4분기 실적 악화에 대해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그간 증권사와 기업 간에 미묘한 시각 차이가 있었지만 3·4분기 실적발표 이후 이마저도 사라졌다. 삼성·SK하이닉스 모두 4·4분기부터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비수기’로 실적이 내리막을 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의 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올 4·4분기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직전 분기(1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 궤도를 밟아왔음을 떠올리면 6% 성장도 낮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 분기별 성장률 추이(23%→22%→14%→6%)를 보면 낙폭이 예사롭지 않다. 반도체 시장의 냉각은 메모리 경기 하락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8Gb DDR4)와 낸드(메모리카드·USB 범용 128Gb) 고정거래가는 전달 대비 각각 10.7%, 6.51% 급락했다. 물론 D램 중에서 33.7%(상반기 기준)로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모바일 D램의 경우 하락폭이 1% 수준에 불과해 일부 품목의 급락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삼성의 PC용 D램 주력은 16기가비트 제품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해도 상대적으로 하방 경직성이 강했던 D램마저 공급 초과로 조정을 받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낸드로 가면 사정이 더 안 좋다. 디램익스체인지는 4·4분기에 D램의 하락폭을 10%(전 분기 대비), 낸드는 최대 15%로 잡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반도체 장비·소재 수입제한조치로 중국 푸젠진화의 D램 양산이 내년 초에서 연기가 불가피한 데 비해 낸드는 YMTC의 추격이 여전히 유효하다. 공급 초과 가능성이 그만큼 더 크다는 얘기다. 3·4분기에는 메모리 가격 하락폭보다 수요 증가폭이 더 커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고사양 메모리칩이 장착된 스마트폰의 판매, 기업들의 서버투자 등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4·4분기 실적 따라 전략 수정될 듯=기업들은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계획을 연간에서 분기 기준으로 바꿨고 삼성은 ‘프로덕트 믹스(product mix)’ 전략을 쓰고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핵심은 라인 운영 효율화를 통한 생산물량 조정이다. 생산량 조정을 통해 급격히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실적이 어느 정도 빠지느냐가 시황을 가늠할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의 깊게 볼 점은 증권사의 삼성 반도체 4·4분기 실적 예상치가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점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많게는 13조2,000억원(NH투자증권·KTB투자증권 등), 적게는 11조8,000억원(하이투자증권)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도면 가장 낮게 영업이익을 제시한 증권사가 맞더라도 이번 3·4분기를 빼면 역대 최대치 실적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D램 시장만 봐도 2013~2016년 350억~450억달러 수준에서 2017년 735억달러로 급성장했고 올해 1,068억달러, 내년에도 1,078억달러가 예상된다”며 “과거 패턴에 묶여 호황 다음에 급격한 불황이 도래할 것처럼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임원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시장에 만연해 있다”며 “4·4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까지 받쳐주느냐가 시장 여론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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