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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할인제' 등에 업고 …애플의 배짱영업

[정부정책 역행하는 애플]

"제조사 단말기 지원금도 나몰라"

200만원대 신형 아이폰 출시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 시키고

국내이통사 수익 저하도 초래

세금 누수불러…대응책 마련해야





애플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가면서도 경제를 살리려는 국가 정책에는 역주행하고 있다. 결국 업계는 물론 일부 소비자들에서도 애플이 갑질 혹은 배짱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여파로 한국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상승하고 토종기업이 수익 저하에 처하고 있으며 국가 재정에 누수가 발생해 범정부 차원의 총체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가운데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 문제는 애플이 최근 신형 아이폰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한층 불거지고 있다.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아이폰XR과 XS, 맥스 등 3종의 새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고객에 대한 단말기 지원금을 자체적으로는 거의 부담을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자사 제품 구매고객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이동통신사와 공동부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스마트폰을 팔 때 단말기 기종에 따라서 고객이 받는 공시지원금 중 적게는 10~20%, 많게는 30~50%는 제조사가 부담하고 있다”며 “그에 비해 애플은 아이폰에 대해 공시지원금을 거의 내놓지 않아 대부분의 금액을 우리(국내 이동통신사)가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자사 제품에 대한 판촉 차원에서 지불해야 할 일종의 마케팅비(단말기 지원금)를 사실상 한국의 토종 이통사들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땅 짚고 헤엄 치기식’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또 아이폰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상해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 신형 아이폰의 경우 출고가격이 최대 20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단말기 지원금도 내지 않는 애플이 이처럼 배짱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의 통신비 인하유도 정책에 편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이통사 매장을 통해 스마트폰 등 단말기 구입시 해당 이통사가 통신요금에서 최대 25% 할인해주도록 한 ‘선택약정할인’ 제도다. 이는 원래 이통사들의 요금인상을 억제하려는 좋은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애플이 자사의 비용 부담 없이도 한국 이통사의 통신비 할인에 편승해 아이폰의 가격경쟁력을 얻게 된 것이다. 그 결과 토종 이통사들은 수익성이 저하되는 한계에 봉착한 반면 애플은 높은 수익률로 배 불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통신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가계 의류비 지출을 덜어주겠다며 수백만원짜리 수입명품 의류를 사는 소비자에 대해 해외 제조사가 아니라 국내 백화점이 25%씩 무조건 유통마진을 포기하고 할인해주라고 입법을 한다면 이해가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선택약정제도의 좋은 취지는 살리되 여기에 편승해 고가정책을 펴는 단말기 제조사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선택약정제도의 적용 대상을 저가 및 중가폰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가폰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자체 공시지원금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어 국민들의 과도한 고가폰 소비 자제를 유도하고 스마트폰제조사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단말기 지원금 분담을 유도할 수 있다.

애플이 정부 정책과 상충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 국내에서 연간 1조~2조원대로 추정되는 이윤을 올리면서도 과세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조세조약에 따라 인터넷사업수익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해당 사업자가 국내에 서버를 둔 경우에 한해 부과하고 있는데 애플은 자체 앱스토어의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다. 이 밖에도 거래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한국인 소비자 홀대 문제 등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관련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이통사 간부는 “애플은 신형 아이폰 개발 1~2년 전에 미리 이통사들에 선주문해야 이후 출고될 때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사전주문을 압박했다”며 “이통사들로서는 제품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물량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주문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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