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연내 마무리되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4년 해체 이후 4년 만에 금융종합회사로 부활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지주사 전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최대 관심은 지배구조 설계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8일 우리은행 이사회에 참석해 우리은행의 회장과 행장을 당분간 겸직하는 게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조직을 잘 알면서도 재직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손태승 행장이 차기 회장의 적임자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문제는 ‘당분간’으로 제한되는 회장의 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다른 은행들을 보면 겸직을 했다가 결국 분리하는 쪽으로 갔다”며 “겸직으로 한다면 언제까지 겸직할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장과 행장을 1년가량 겸임하게 한 뒤 조직이 안정화되면 회장을 원점에서 다시 뽑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임기 1년짜리 ‘파트타임’ 회장을 앉히는 게 조직의 성장과 안정에 모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임기를 1년으로 하면 금융당국이 밖에서 새로운 회장 한 명을 새로 데려오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며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면 조직 내 갈등으로 에너지가 소모될 수 있는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회장과 행장을 겸직해 2년 정도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1년짜리 회장으로는 조직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은행이 기존 금융지주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보험사나 증권사들을 사들여 덩치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금융지주로 전환한 뒤 1년 동안은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상대적으로 회계상 숫자가 불리하게 나오는 ‘표준등급법’을 써야 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어렵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M&A가 막힌 상황에서 임기 1년짜리 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며 “결국 단기 성과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크고 작은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던 국내 은행들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회장·행장을 겸직하는 인물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년 뒤 회장이 바뀌는 체제라면 사실상 금융당국이 파벌 싸움을 조장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뒤 금융권에서는 회장 후보로 자천·타천 10명 이상의 후보자가 난립해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만약 손 행장이 차기 겸직 회장 자리에 올랐다가 1년 뒤 회장 선정 과정에서 탈락하면 사실상 은행장 자리를 더 지키기도 애매해져 3년 임기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일범·손구민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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