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기업 3M 출신인 신학철(61·사진) 수석부회장이 내정됐다.
LG(003550)화학은 박진수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이 올랐다고 9일 밝혔다. LG화학이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신 신임 부회장이 화학 전공이 아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출신인 것도 눈에 띈다.
신 신임 부회장은 지난 1984년 3M 한국지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 등을 거치며 한국인 최초로 3M의 해외사업을 이끌었다. 지난 2011년에는 3M 해외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CEO 교체로 LG화학의 글로벌 경영 전략 또한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 외에 전기차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생명과학 같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LG화학은 물론 LG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 중이다.
신 신임 부회장 체제에서 LG화학은 기업 체질 개선에 한층 힘을 줄 전망이다. 신 신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미국의 한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연례포럼에 강사로 나서 “반바지만 입는다고 기업이 혁신되는 게 아니다. 10년 또는 20년의 장기계획을 세우고 기업의 근본을 바꿔야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 경제 성장의 90%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나왔다. 이제는 패스트 팔로어에서 기업을 혁신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신임부회장은 인생 좌우명은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자신의 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로 알려졌으며 직원과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LG화학 CEO 교체와 관련해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의 LG그룹 경영 색깔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LG그룹이 주력 계열사 CEO를 외부 기업에서 영입한 사례는 피앤지 출신의 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2004년), KT 사장 출신인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2010년) 이후 처음이다. 구 회장 체제에서는 LG그룹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사 영입 등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 구축에 힘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말에 있을 LG그룹 정기 인사 또한 파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LG화학 측은 “신 신임 부회장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인 3M에서 수석부회장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업 운영 역량과 경험은 물론 소재 및 부품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되어 영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LG화학이 세계적인 혁신기업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로 박진수 부회장은 42년간의 기업활동을 마무리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향후 후진 양성 및 경영 선배로서의 조언자 역할에 힘쓸 예정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해 지금까지 42년간 근무했으며 지난 2012년 말부터는 LG화학 CEO로 재직하며 매출액 28조원 규모의 회사로 키워냈다. 박 부회장은 “40년 이상을 근무하며 LG화학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일조하고 명예롭게 은퇴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후배들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계속 이어가 우리 모두가 함께 성장시켜온 LG화학을 앞으로도 영속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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