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김태오 회장 취임 6개월이 다 되도록 내부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어 리더십 부족에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박인규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 회장의 구속과 김경룡 은행장 내정자의 중도낙마 등으로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장 자리는 8개월째 공석인데다 ‘금융권 임원경력 5년 이상’이라는 강화된 은행장 자격요건을 놓고 지주와 은행 이사회가 대척점에 서 있어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물리적으로 은행장 후보군을 없애 대구은행장 겸직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하는 포석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장과 이사회 선임 등을 골자로 한 DGB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규정 개정안을 놓고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이사회 입장이 맞서고 있다. 은행 규정을 개정하라는 지주 이사회의 요구에 은행 이사회는 개정안을 보류, 사실상 조직적인 반발에 나섰다. 아울러 은행 이사회는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세부 기준을 확정하고 내부 출신 은행장을 선임할 것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와 사외이사 관련 인선자문위원회 구성원을 지주와 은행 동수로 해달라고 지주 이사회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DG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9일까지 은행 이사회가 보류할 경우 주주총회를 소집해 정관변경 방식으로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입장을 다 전달했고 향후 지주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방안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갈등 원인은 은행장 요건의 지나친 강화다. 이전에는 20년 이상의 금융회사 경력을 갖추면 됐으나 이를 최소 5년 이상의 등기임원 경험과 마케팅·경영관리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그런데 은행 내부에는 5년 이상 등기임원 경력을 가진 인물이 김 회장 외에는 없어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끝나는 12월 이후에는 김 회장이 겸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유력해 보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경북고와 대구상고 영남대라는 뿌리 깊은 계파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은행 내부에서는 과거 박 회장 때 득세했던 대구상고 임원들을 김 회장이 인사에서 의도적으로 눌렀다는 불만이 강하다. 또 DGB금융지주의 조해녕·서인덕 사외이사는 경북고, 대구은행 사외이사 중 3명은 영남대, 1명은 대구상고 출신으로 갈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새 회장이 왔어도 리더십은 최악의 위기”라며 “외부 회장을 선임하면서 예견됐던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번지는 사이 경영 정상화는 지체되고 있다. 금융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와중에 DGB금융의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2,786억원에 그쳤고 주가는 올 2월 1만3,150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8,920원으로 30% 이상 떨어졌다. 금융당국도 지배구조를 둘러싼 DGB금융과 대구은행 간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개입 우려가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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