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이 한반도 상공을 갈랐다. 비행시간은 2시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 중 최장 시간 비행이다. 2016년 12월 기록했던 1시간4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30분 남짓에 불과한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드론의 비행시간보다 4배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수소자동차를 비롯해 수소기차·수소선박 개발과 도입을 위해 속도전을 벌이는 것은 이 같은 ‘에너지 캐리어’로서의 수소의 유용성 때문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전기 배터리에 비해 짧은 충전시간으로 더 오래 이용할 수 있고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미래 에너지로 꼽힌다.
탄소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 글로벌 철도 업계에서는 수소열차 도입에 한창이다. 가장 앞서 도입한 곳은 독일. 올해 9월 독일은 프랑스 고속철도인 TGV를 만든 알스톰에서 생산한 수소전기열차의 운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차량 2칸에 좌석 160개뿐이고 최대 시속은 140㎞ 정도다. 그럼에도 독일은 오는 2040년까지 4,000여대에 달하는 디젤기관차를 모두 없앤다는 목표를 세웠다. 궁극적으로 수소전기차가 탄소배출량 ‘0’으로 갈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수소전기 열차는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보충받아 달린다. 산소는 열차가 달리는 동안 대기 중에서 유입된다. 현재는 수소 생산에 원전이나 화력발전 같은 전통적 에너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면 오염물 배출량은 ‘0’에 수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국은 전력 수요가 적은 봄가을이나 한밤중에 태양광과 풍력 등에서 발생하는 여유 전기로 수소를 분해한 후 자동차·기차 등 다양한 곳에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게다가 소음도 일반 디젤열차 대비 60% 이상 적고 기존의 전동차처럼 전차선로나 변전소 등 전력망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 선로 설치비용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연구원은 “㎞당 연료비용은 디젤 3,000원 대비 수소 1,730원으로 경제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잠수함에도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됐다. 가장 먼저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를 확보한 국가는 2차 세계대전 때 ‘U보트’ 잠수함 군단을 이끌던 독일이다. 한국의 손원일함에도 독일의 HDW사의 수소연료전지가 탑재됐다. 수소잠수함의 경우 외부에서 흡입한 공기로 발전기를 작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 내에 내장된 산소와 전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빈도가 현격히 줄어든다. 아울러 소음이 전혀 없어 적군의 감시망을 뚫기에도 유리하다. 이뿐만 아니라 수소버스는 이미 국내에서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2020년에 적용되는 선박의 환경규제에 맞춰 국내외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함께 수소선박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2050년께 육상 수송 기준으로 승용차 4억대, 트럭 1,500만~2,000만대, 버스 500만대 등 전 세계 차량의 25%를 수소차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소 관련 기술 개발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수소 생산 단가가 떨어진다는 전제하에서다.
수소는 수송 분야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까지 진입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미 20만가구에 수소연료전지를 보급했다. 연료전지주택은 도시가스에서 얻은 수소와 대기 중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력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난방으로 이용하는 장점이 있다.
수소가 운송과 일반 가정의 전력까지 담당하게 된다면 2050년 기준 수소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위원회는 2050년 수소에너지 수요가 78EJ에 달할 것으로 본다. 1EJ는 하루 전 세계가 쓰는 총 에너지 수요로 석유 1억7,000만배럴이 내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감축량은 60억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9,090억그루가 1년에 걸쳐 흡수할 수 있는 양이다.
수소경제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맥킨지는 2050년까지 일자리 3,000만개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운반차뿐 아니라 영화 세트장에 불을 비춰줄 수소발전차, 철강 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소 파이프라인, 산림감시용 수소드론 등 뻗어나갈 수 있는 유관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수소경제의 핵심은 누구나 수소 공급자이면서 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미비하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만큼 정부 연구개발(R&D) 지원 등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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