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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애플發 한파] '최대 메모리 수요처' 모바일까지 흔들리나

글로벌 스마트폰 업황 부진 가능성 커

D램 34% 모바일 타격에 반도체도 촉각

카메라모듈, MLCC 등도 타격 불가피

일각선 "통계 확대해석, 영향 제한"분석

LG이노텍 연구원이 생산된 듀얼카메라 모듈을 들고 있다./사진=서울경제DB.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에 따른 부품 주문 감소 가능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체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확고한 ‘팬덤’을 보유한 애플마저 고개를 숙일 정도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는 증표로 인식될 여지가 있는데다 이런 양상이 다른 세트 업체로 확대될 우려마저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분쟁 등의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만 해도 모바일은 메모리 수요처 중 가장 든든한 축이다. D램 비중을 보면 모바일이 33.7%(지난 6월 말 기준, IHS마킷)로 △서버 27.5% △PC 20.3% △컨슈머 6.5% 등에 앞서 있다. 낸드플래시 비중에서도 38%로 1위다. 애플발(發) 수요 감소가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전체 모바일 수요 감소로 연결되면 그만큼 메모리 업체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10월 말 모바일용 D램 가격의 낙폭은 2%(분기 대비, D램익스체인지)로 서버용 D램(6%, 이하 전달 대비), PC용 D램(10%)보다 작았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애플의 판매 부진이 이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 부품 주문 감소의 원인으로 신형 아이폰 3종(XR, XS, XS max)을 꼽는 것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실제 아이폰XS 시리즈와 아이폰XR의 국내 첫 주 판매 실적은 17만대로 전작의 60%에 그쳤다. 이런 고가의 프리미엄 라인에는 내부 부품도 최고 사양이 들어가 설사 애플의 저가 제품이 잘 나가도 기업 실적에 주름살을 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최신폰 판매가 줄어도 삼성전자·화웨이 등 다른 업체의 판매가 늘어 전체 모바일 수요가 증가한다면 애플의 수주 물량 감소가 부품업체에 직격탄이 된다는 근거는 틀리게 된다”며 “다만 최근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갈수록 길어지는 등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그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른 관계자 역시 “인공지능(AI)·5세대(5G)·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칩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서버 D램 수요가 급격한 증가세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모바일 수요 한파까지 겹치면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이폰XS 시리즈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OLED 전용 기판과 고용량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납품하는 삼성전기, 3D센서와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LG이노텍 등도 ‘애플발 한파’의 영향권 내 있다. 특히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에서 애플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외신 보도가 부실한 통계에 근거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 부품사들의 주문 감소 전망은 애플에 납품하는 200여개 업체 가운데 고작 5개 기업의 예상 이익 하락치에 근거해 도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애플의 부품공급 정책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업데이트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번 전망에 활용된 기초 데이터에 올해 수주 실적이 빠진 점도 거론됐다. 21일 KB증권도 비슷한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김동원 연구원은 “(WSJ의 보도는) 대만·중국 부품업체의 아이폰 액정표시장치(LCD) 모델(XR) 주문 감소를 근거로 확대해석했다”며 “올 4·4분기 현재 신형 아이폰 OLED 모델(아이폰 XS, XS max)의 판매량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신형 아이폰(XS, XS max)의 OLED 패널 주문이 계획보다 20% 많은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증권도 올해 아이폰 판매 트렌드로 ‘LCD 모델의 부진, OLED 모델의 호조’를 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수혜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전자 업계의 한 임원은 “부품업체별로 여파는 다를 것”이라며 “하지만 IT 제품 수요가 글로벌 경기와 밀접히 연동돼 있어 바짝 긴장해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훈·박효정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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