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011210)의 이병대 사외이사가 이달에만 네 차례나 자사주를 매입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사외이사는 11월에만 네 번이나 자사주를 매입했다. 매입액은 3,456만원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현대위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의 행보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3월과 5월 매입분까지 더하면 전체 총액은 1억원이 넘는다. 현대위아 등기이사인 이상흔 재경본부장(전무)도 이달 중순 1,000주를 샀다.
현대위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외이사나 이 전무가 모두 개인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의 등기임원들은 주가가 많이 하락할 경우 실적개선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자사주를 매입한다. 하지만 이 사외이사와 이 전무만 매입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런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보통 기업의 재무제표로 기업 가치를 판단한다. 그런데 현대위아의 2·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3% 급락했고 3·4분기에도 36.2% 급락했다. 4·4분기에 흑자전환할지는 의문이다. 현대위아가 이달 초 오는 2030년까지 연 매출 16조원을 달성한다는 비전을 발표했지만 최근에는 공작기계사업부가 의왕에서 창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내 부품사 교통정리 과정에서 현대위아가 중심축을 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상장사인데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지분 1.95%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현대다이모스가 현대현대파워텍과 합병한 뒤 다시 현대위아와 합병하고 이를 통해 정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자연스럽게 현대위아의 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보유한 자사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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